'귀공자' 김선호 "욕설 어색해 연습…말투가 호의적이라고" [인터뷰]②

김보영 2023. 6. 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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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스크린, 부족함만…내 연기 보고 소리 지를 뻔"
"'귀공자', 에이전시 나온 킬러…감독님과 많은 대화"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김선호가 ‘귀공자’로 첫 스크린 주연작에 도전한 솔직한 소감과 함께 욕설, 액션 등 쉽지 않았던 캐릭터 도전 과정을 털어놨다.

김선호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귀공자’의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해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펼치는 논스톱 추격전을 담은 액션 영화다. 영화 ‘신세계’와 ‘낙원의 밤’, ‘마녀’ 시리즈 등 누아르 장르 액션 히트작들을 내놓은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연극 배우로 시작해 ‘갯마을 차차차’, ‘스타트업’, ‘백일의 낭군님’ 등 수많은 드라마에서 여심을 저격한 안방 스타 김선호. ‘귀공자’는 김선호의 첫 스크린 데뷔작이자 처음 스크린 타이틀롤에 도전한 작품이다. 제작 초기 ‘슬픈 열대’라는 가제로 알려졌지만, 촬영 과정에서 제목이 ‘귀공자’로 바뀌면서 김선호는 스크린 데뷔작이 타이틀롤 주연작이 되는 부담과 책임을 떠안았다.

특히 김선호는 ‘귀공자’ 역으로 다정한 로맨스 남자주인공의 이미지를 벗고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독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김선호가 맡은 ‘귀공자’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킬러로,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조끼까지 갖춘 명품 클래식 수트에 이마를 드러낸 포마드 헤어, 늘 챙겨다니는 손수건과 윤이 나는 구두 등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한 성정을 지녔다. 술 대신 콜라를 즐기는 어린 아이같은 면모, 비를 맞기 싫어 추격 도중 발길을 돌리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맑은 눈빛과 해사한 미소로 살육을 저지르며 온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캐릭터.

김선호는 “시사회를 통해 작품을 처음 제대로 봤는데 제 단점만 보여서 잘 못 보겠더라. 더군다나 큰 화면에서 제 얼굴을 보니 단점이 더 크게 보였다. 여러 번 내 연기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고 작품을 접한 솔직한 소감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옆에 앉은 김강우 선배가 제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를 해주셔서 그나마 익숙해졌다”며 “약 1년 만에 제 작품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했다”고 덧붙였다.

‘귀공자’란 인물에 대한 정보는 대본 상에서 전개 내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귀공자’를 연기한 김선호 본인도 ‘귀공자’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마르코를 추격하는 것인지, 어쩌다 이 일에 끼어들게 된 것인지 등을 이해하기 어려워 박훈정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다고. 김선호는 “대본을 보며 제 나름대로 캐릭터의 전사를 연구해봤지만 한계가 있더라. 감독님과 촬영장 주변을 산책하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며 “‘얘가 대체 왜 그러는 거냐’ 행동에 대한 원초적 질문을 많이 드렸다. 그렇게 감독님께 ‘귀공자’가 사실은 에이전시에 소속돼 있다가 등을 돌리며 나간 킬러였다는 전사를 접해 들었다. 또 자신의 비즈니스 때문 외에도 ‘귀공자’가 마르코를 추격하는 행위 자체를 개인적으로 즐기고 있는 인물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며 연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선 ‘귀공자’가 잘 돼서 후속 이야기가 더 추가가 된다면 아마 ‘귀공자’가 에이전시 사람들에게 쫓기는 이야기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말씀하시더라”고도 귀띔해 기대감을 유발했다.

김선호를 비롯한 ‘귀공자’의 주요 인물들은 극이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달리고 또 달린다. 총기부터 카체이싱, 고공 와이어 신 등 험한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가 정작 작품에 임하며 애를 먹었던 부분은 ‘욕설 연기’였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선호는 “대본을 리딩하는데 감독님께서 제가 욕하는 장면이 좀 어색하다고 말씀하시더라. 웃으시면서 ‘너 평소 말투가 너무 호의적이야’라고도 하셨다”며 “욕을 연습하기 위해 ‘시계태엽오렌지’란 작품도 추천 받았다. 분노했을 때 참는 연기는 필요없으니, 지금보다 더 분노하는 연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이어 “특히 비행기 안에서 영어를 하는 장면을 볼 땐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미국식 영어도 하고 영국식 영어도 해야 했는데 감독님께선 ‘영국식 영어를 잘 해보이게 이야기 하고 싶은 말투’로 연기를 해달라 말씀하셨다”며 “그걸 감안하더라도 영화에서 그 순간만큼은 제 자신이 견딜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더라. 마침 옆에 계신 김강우 선배님이 ‘괜찮다’고 위로해주셔서 그나마 진정할 수 있었다”고 고백해 폭소를 자아냈다.

액션에 도전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았다. 특히 김선호는 ‘귀공자’에서 평소 앓고 있는 고소공포증을 딛고 고공 와이어 액션까지 직접 소화했다고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김선호는 “이 액션으로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극복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특히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제가 너무 겁을 먹는 표정으로 나와서 여러 차례 촬영해야 했다. 감독님 말씀으론 제가 딱 한 장면 빼고는 전부 뛰어내릴 때 표정이 굳어 있어서 유일하게 웃음 지은 장면 하나를 그대로 영화에 쓰셨다고 하시더라”고 고백했다.

총기 액션은 군 복무 당시 조교로 활동했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지만, 카체이싱 액션은 자신이 운전을 잘 하지 못해 박훈정 감독의 지도에 상당 부분을 의존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은 ‘귀공자’가 프로인 인물이니 액션, 행동도 절제되고 깔끔한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보다 정돈된 움직임을 보이고자 수차례 테이크를 갔다”면서도 “그래도 후반부 전투신만큼은 박훈정 감독님이 잘 다듬어주신 덕에 제가 봐도 잘 나온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뿌듯해 했다.

이어 첫 누아르를 무사히 마친 소감을 묻자 “영화 ‘대부’, ‘아이리시 맨’, ‘무간도’ 등 작품을 보며 저 역시 누아르의 꿈을 키워왔다”면서도, “사실 ‘귀공자’는 완전한 누아르라고 보기엔 위트와 유머가 조금씩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오히려 저는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조금씩 저의 새로운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드리는 게 관객분들의 거부감도 덜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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