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포츠는 여전히 NO?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댓글 폐지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2023. 6. 12. 12: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법적인 댓글창 운영에도 스포츠 기사는 예외
정치·사회 기사와 스포츠 기사는 본질적으로 달라
경기의 감동을 공유하고 팬심 확장에 긍정적 효과
승부조작과 도박 등 선수들의 일탈 감시 기능도
스포츠 기사에 씌운 마스크 벗길 때
네이버 뉴스 댓글 이용 제한 표기. 네이버 제공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댓글을 사실상 폐지하는 길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지난 1일부터 사용자의 프로필에 '제한 여부'를 표기하고 있다. 악플러의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댓글창을 없애고 실시간 채팅창인 '타임톡'으로 개편했다. 24시간이 지나면 댓글이 모두 사라지는 시한부 댓글 허용이다.

보수와 진보 양 극단으로 첨예하게 갈린 한국사회의 현재를 보면 뉴스 댓글정책 개편에 납득이 간다.

네이버와 다음 뉴스의 편향성을 주장해온 윤석열 정부의 압박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의 소통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댓글 폐지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뉴스 댓글 서비스, 오늘부터 '타임톡' 적용. 카카오 제공


일부 극단적인 이용자들 때문에 소통의 마당이 사라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꾸준히 논쟁거리로 남을 것이다.

특히, 정치와 무관한 스포츠 뉴스에 진작 채워진 족쇄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유감이다.

스포츠 뉴스에 댓글이 사라진지 벌써 만 3년이 다 돼간다. 스포츠 뉴스에 댓글이 폐지된 것은 지난 2020년 8월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생명을 버린 이후 취해진 조치다.

당시 포탈측은 일부 연예인들이 악플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계기로 스포츠 기사에서도 댓글 기능을 전격 폐지했다. 

그러나, 스포츠 기사와 연예 기사는 본질이 다르다. 정치적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기사와는 반응이 다르다.

스포츠 댓글은 경기의 감동을 공유하고 팬심을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경기 내용을 평가하고 팀과 선수를 응원한다. 팬들 입장에서는 선수 또는 체육계와 쌍방향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장치다. 

야구장 가득 메운 야구팬들. 연합뉴스


해당 종목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창이기도 하다. 이는 프로 경기의 수준을 경험하고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사안이다.

최근 WBC 대회를 통해 한국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도 팬들의 평가와 반응을 통해 확인된 것이고 한국 선수들에게 각성의 계기가 됐다.

또, 프로 선수들의 병역기피와 도박, 승부조작, 음주운전에 대한 감시 등 사회적 공론화의 장이 되는 순기능도 많다.

공정성과 프로 의식, 팬 서비스 등에 대한 문제 제기나 부정적인 반응까지 모조리 악플로 규정하는 것은 악영향에 대한 과대포장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올해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최소 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하고 있다.

프로야구 또한 WBC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인기팀인 엘롯기(엘지,롯데,기아)의 선전에 힘입어 다시 800만 관중 돌파를 향해 흥행의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 기사에 여전히 댓글창을 막아놓는 것은 정보 부족과 소통 부재로 경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반감시키는 역기능을 낸다.

여전히 악플이 있기는 하지만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스포츠 기사에 댓글을 폐지한다고 악플러들이 악질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유투브와 수많은 커뮤니티, DM(디렉트메시지) 등 SNS를 통해 얼마든지 악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사의 댓글 정책은 조령모개식으로 수 없이 개편하면서 스포츠 기사에만 유독 댓글창을 닫아버린 것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정치나 사회 등 일반 기사에 편법적인 댓글창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스포츠 기사의 댓글을 막아버리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불만이 많다.

불량학생 몇 명 있다고 전체 학생을 전학시켜버리거나 폐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댓글 기능을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실명제 등 보완책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팬이 없는 프로 스포츠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스포츠 기사에까지 씌운 마스크를 이제는 벗길 때가 됐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