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도청기지’ 블링컨 방중 앞 악재되나…중국 관영매체 “제2의 풍선사건 될 수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터져나온 쿠바 도청 기지 파문이 지난 2월 ‘풍선 갈등’으로 중단됐던 미·중 간 소통 재개 움직임에 다시 한번 악재가 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는 미국이 블링컨 장관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사건을 과장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제2의 풍선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소통을 재개하려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이 쿠바 비밀 기지를 이용해 미국을 염탐한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이 같은 미국의 과대 선전이 미·중 간 대화 노력에 또 다른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e메일 성명에서 중국이 최소 2019년부터 쿠바에 도청 기지를 두고 정보 수집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중국이 쿠바에 도청 기지를 건설하기로 비밀 협정을 맺고 거액의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백악관이 확인한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도청 기지) 문제를 계속 과장하는 것은 중국과의 잠재적인 대화에서 협상 카드를 하나 더 얻으려는 시도”라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전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풍선 사건을 잘못 처리한 것처럼 이번에도 미·중 간 소통 재개 움직임을 망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 2월 미국이 자국 상공에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의심되는 비행물체를 격추했을 때처럼 방중이 다시 무산되거나 양국 간 대화에 큰 장애가 될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쿠바 도청 기지 문제를 블링컨 장관 방중을 다시 한번 무산시키려는 미국 일각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지난 2월 풍선 사건에 대한 미국의 과대 선전이 없었다면 이번 사건이 조금 더 신선했을지 모르지만 이번 루머는 터무니가 없고 우스꽝스럽다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워싱턴에서 또 어떤 모략이 나올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국과의 고위급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온 만큼 블링컨 장관의 방중 여부는 미국의 진정성을 점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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