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바닥나니 “더 걷자”…감세 정책, 조용히 ‘유턴’
추경 없인 증세 불가피…법인세‧상속세 인하도 ‘속도 조절’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세수 결손 위기가 커지자, 정부는 각종 세금 인하 조치를 폐기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세수 부족 금액이 수십조원으로 불어났는데도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없다는 입장이라, 결국 정부로선 세금을 더 걷는 방법밖엔 없다는 평가다.
당장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5년 만에 종료시켰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 때 최대 143만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던 자동차 개소세 탄력세율 적용(3.5%)이 이달 종료된다. 내달부터는 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해당 제도는 2018년 7월 시행된 이래 6개월 단위로 연장을 거듭해왔다. 이번에도 관행대로 연장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정부는 뜻밖의 종료 조치를 내놓았다.
세수 펑크 기정사실화…감세 조치 '되돌리기' 불가피
정부가 개소세 인하 종료를 단행한 표면적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기재부 측은 "현재 자동차 판매 실적이 좋은 데다 소비여건이 개선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과거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내수 진작 대책으로 이어온 탄력세율을 이제 종료할 때가 됐다"고 공식 설명했다.
다만 물밑에선 최근의 세수 부족 사태를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 대비 덜 걷힌 세수는 3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 속도면 지금처럼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목표치(400조5000억원) 대비 38조5000억원이 부족해진다. 세수 결손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세제 지원 조치 회수를 꺼내들었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정부는 세수 결손을 우려하면서도 투자 심리 회복과 민생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감세 기조를 펼쳐왔다. 법인세 인하를 1호 개혁법안으로 삼은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부는 '추경'은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은 상태다. 재정건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로 빚을 내진 않겠다는 의지다. 추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수 결손 금액이 불어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은 차질을 빚는다. 때문에 세수 확보 대책이 시급한 정부로선, 감세 조치를 하나씩 환원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尹정부, 세 부담 '완화' 보다 '속도 조절' 나설 듯
시장에선 개소세 인하를 신호탄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율)이나 유류세 인하 조치까지 원상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소세 인하 종료로 예상되는 세수 증가 폭은 5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라,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추가 조치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해 종부세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한도인 60%로 낮춘 공시가율을 80%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수 예산은 이미 공시가율 80%를 전제로 작성됐기 때문에, 이를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세수 감소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공시가격 하락만으로 '종부세 부담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공시가율 인하를 유지할 필요 없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달 중 종부세 공시가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오는 8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도 정상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안팎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나온 조치인 만큼, 70달러 대로 떨어진 현 시점에선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5조원 넘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오는 7월 말 내놓을 내년도 세제개편안에도 세금부담 '완화'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기조에 맞춰 법인세율 추가 인하와 상속세 완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일단 '숨 고르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열린 관훈토론에서 법인세와 관련해 "한 해 정도는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고, 상속세에 대해서는 "상속세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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