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전반의 이슈로 더 많은 지지 얻어야 녹색정치 성공”[세계녹색당 총회 인터뷰 전문]

한윤정 전환연구자 2023. 6. 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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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유럽의회 의원
“문턱 낮은 선거제도가 독일 녹색당 성장 밑거름
유럽 내 소수정당 정책 공조 움직임도 활발”
라인하르트 부티코퍼 전 유럽녹색당 공동대표(현 유럽의회 의원)가 지난 8일 2023 세계녹색당 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한윤정 ‘바람과 물’ 편집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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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121117021

라인하르트 뷔티코퍼 유럽의회 의원(70)은 총회 참가자 가운데 가장 연륜이 돋보이는 정치인이다. 그는 1984년 녹색당 소속으로 자신의 고향인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하이델베르크가 속한 바덴뷔템베르크 주의원(1988~1996), 유럽녹색당 독일대표(1999~2009)와 유럽녹색당 대표(2012~2019)를 지냈으며 2009년부터 지금까지 24년째 유럽연합의회 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중국통으로서 유럽연합의회에서 국제관계와 무역정책을 맡고 있다. 그는 오랜 경륜만큼 여러 문제에서 녹색당의 원칙을 내세우기보다 현실을 반영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럽연합 정치인답게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에 반대했으며 중국의 기후대응이나 생태문명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나토의 입장을 지지했다.

-독일이나 유럽의 녹색당이 전통적인 반전평화의 가치를 저버리고 나토 입장을 지지하는데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잘못된 질문이다. 녹색당이 무조건 전쟁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코소보 사태에서도 긴 토론이 벌어졌고 제노사이드를 막기 위해 나토 개입을 찬성했다. 현재 상황은 분명하다. 러시아는 유엔의 세 가지 원칙, 즉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지배권(national sovereignty), 영토적 통합성(territorial integrity), 외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권(defense against foreign aggression)을 침범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싸우는 것은 정당하다. 푸틴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멸절이고 명백히 식민주의적이다.”

-유럽연합 의회에서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데 현재 중국정치나 기후위기 대응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전통적으로 경제적 라이벌이자 협력대상이다. 그런데 중국은 일당권위주의에서 일인전체주의 국가로 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역시 다른 문제처럼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간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은 영국이 산업혁명 초기부터 지금까지 배출한 양보다 많다. 재생에너지를 늘린다고 하면서 여전히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자 미국과의 기후 대화를 중단했다.”

-유럽연합은 중국의 보호무역 정책에 반대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감축법 제정 등 보호무역으로 돌아서고 있다. 녹색당은 전통적으로 글로벌 경제와 자유무역에 반대해왔는데 당신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많은 녹색당원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겠지만 나는 자유무역에 찬성한다. 이 단어는 오용되고 있다.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이 양립하지 못하는 것처럼 돼 있는데 두 가지는 같이 가야 한다. 유럽녹색당 안에서도 무역에 대한 입장은 다른데, 프랑스의 경우 보호무역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중국 국영기업들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유럽 시장에서 덤핑행위를 하는 것에서 보듯 보호무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호주의는 불평등을 만든다. 다자간의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촉진하는 기관이 WTO인데 잘못된 시스템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양자간 무역체제인 FTA를 중심으로 인권, 환경 등 관련 조항을 넣는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의 일부 녹색 정당은 원자력발전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쟁이 있나.

“원전 반대는 세계녹색당의 일관된 입장이다. 현재 원전에 찬성하는 곳은 핀란드녹색당 한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반대했는데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찬성하고 있다. 각자 자율성이 있지만 그들이 입장을 바꾸기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중이다.”

-유럽녹색당과 독일녹색당 등 유럽연합 내 각국의 녹색당은 어떤 관계인가.

“유럽녹색당은 2002년 창립됐으며 26개 회원국가 녹색당의 협력을 위한 플랫폼이다. 각국 녹색당은 여러 주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 창설에 대해서도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녹색당은 반대했고 독일녹색당은 처음부터 찬성했다. 산업이나 대중교통 관련된 문제에서도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서 협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유럽녹색당이다. 20여 년간 활동하면서 그 차이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 각 녹색당별로 다른 정책을 내세우지 않고 유럽녹색당을 통해 협의하고 조정된 공통의 의견을 낸다.”

-유럽에서 녹색당, 녹색정치 그룹이 성공한 비결은 무엇인가.

“먼저 내가 속했던 독일녹색당을 보면, 선거에서 득표율이 5%만 넘으면 1석을 배정하기 때문에 문턱이 낮다. 또 다른 국가들보다 지역의회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소수정당인 녹색당이 진출하고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반면 프랑스는 문턱이 10%이기 때문에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어렵고 이탈리아는 2%라서 문턱은 낮지만 정당 내부에서의 결속력이 떨어진다. 선거제도에서 독일녹색당의 이점이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보더라도 유럽녹색당 외에 EFA(European Free Alliance)라는 조직이 있어서 녹색당을 비롯한 소수정당, 지역정당의 대표자들이 모여 범 녹색정책을 만드는데 공조한다.”

-바쁜 일정 가운데 이번 총회에 참여한 동기는 무엇인가.

“2001년 캔버라의 첫 총회에 참석했다. 더는 유럽의회 의원에서 은퇴할 예정이어서 이번 총회가 정치인으로서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전세계 녹색당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녹색당의 가장 큰 적은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고쳐야 한다. 녹색당만이 환경을 생각한다는 자기예외주의도 고쳐야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녹색당은 영원히 소수일 수밖에 없다. 녹색당은 환경 이슈에만 매몰되지 말고 인권, 민주주의, 경제 전반의 이슈를 다룸으로써 더 많은 지지를 얻어야 한다. 마지막 포인트는 어느 진영에 속하면 안된다. 진보, 보수 진영이 아니라 자기만의 환경 진영을 만들어서 활동해야 한다. 당 지도부의 결정이 아니라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사회운동과 연대해서 외연을 넓히지 않는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 [세계녹색당 총회 인터뷰 전문]“지역공동체 중심 운동들과 합쳐져 시너지 효과 발휘”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121117011


☞ [세계녹색당 총회 인터뷰 전문]“국제 연대로 비서구· 청년 목소리 반영되도록 주력”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121116011

한윤정 전환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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