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림화랑 임명석 대표 "손풍기에 밀렸지만 부채는 '풍류의 멋'...소중한 문화유산"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6. 12. 11: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람의 문화' 전통-현대 미감 부채 100점 전시
단오 맞이 기념...27년만에 여는 두번째 부채전
김동식 국가무형문화재 128호 선지장 합죽선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옛 부채작품은 손잡이에 조각 장식을 가미한 장인의 섬세함과 시서화를 그려 넣은 사대부들의 풍류와 품위가 한층 돋보이는 공예작품들입니다."

임명석 우림화랑 대표가 음력 5월 5일(약력 6월 22일) 3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절을 맞아 '옛 부채와 근현대 시서화가 어우러진 풍류의 멋'을 전한다. 오는 15일부터 인사동 우림화랑에서 부채 100여 점을 선보인다. 전통 부채와 근현대 미술가가
재해석한 부채들이다.

우림화랑의 이번 부채전은 1997년 대림화랑(2002년에 '우림화랑'으로 명칭 전환) 시절 '문화유산의 해' 특별기획전으로 개최한 '풍류와 예술이 있는 선면전(扇面展)'에 이어 27년 만에 갖는 두 번째 전시다. 임 대표는 고지난해 서화감정과 문방사우를 한 권으로 엮은 '감정과 감상의 차이' 책을 출간하는 등 고미술 전문가로 유명하다. 1986년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 2015년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 2018년 (주)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임명석 대표는 "21세기 첨단산업 기술에 밀려 그 자취가 사라지고 있지만, 부채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운 결정체"이라며 "바람의 문화전으로 펼치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전래품을 넘어서 재조명하는 동시에 그 멋과 가치가 온전히 자리매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넓은 선면(扇面) 과 대나무 살, 손잡이로 구성된 매체로, 실용성에 조형성이 더해지면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 대접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부채는 첨단 기술과 미(美)의 집합체였다. 무게의 경량화를 향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풍량(風量) 강도의 미세한 조절,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 미려한 디자인, 그리고 선면에 다양한 문양의 베풂과 시서화의 배치 등으로 기술에 미를 입힌, '손안의 미술관'으로 구현한 것이 부채다.

특히 단오 무렵이면 여름이 시작되어 날씨가 한창 무더워졌기 때문에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던 우리 선조들은 나름의 생활 속 지혜로더위를 물리치기 법을 개발했다. 그 중에 시원한 부채를 만들고, 그것을 군주가 군신들에게 또는 친구나 지인에게 나눠주는 따뜻한 풍습이 생겨났다.

이번 '바람의 문화'전에 소개되는 작품은 조선 후기의 자개자루 원형 부채, 곡두 곡선형 부채, 연화 문양 곡선 부채 같은 옛날 부채와 근현대의 부채 100여 점이다.

특히, 근현대 부채작품은 명사(名士)들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호 김응원, 청전 이상범,이서지, 우현 송영방, 아천 김영철, 청계 양태석 , 우담 이영수, 전향 박향환, 금산 박도원, 시인 김지하, 사천 이근배 등과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扇子匠) 다산 김동식, 자수공예가 이영분 등의 작품이 부채의 가치를 드높인다.

출품되는 부채의 종류도 다양하다. 단선(團扇, 접히지 않는 부채)에서부터 합죽선까지, 이미지로는 태극문에서부터 매화도, 괴석도, 십장생, 학 도안, 시서(詩書)까지 있다. 선면의 조형은 지공(紙工)에서 인두화(落火), 수묵채색화, 자수(刺繡) 등이 있고, 선면의 형태로는 파초형, 원 형, 바퀴형, 나비형 등이 있다.

손잡이 자루까지 조형미가 작품이다. 나무 자루에 인형을 조각하거나 곡선미를 한껏 구사하여 멋을 극대화했다. 자루의 재료를 나무가 아닌 상아, 지공 등을 사용한 것도 있다. 이들을 통해 우리 전통 부채의 다양한 면모를 비교 감상하는 가운데, 부쳐서 시원하고, 보아서 즐겁고, 쥐어서 느낌이 좋은 부채의 미감(美感)과 물성(物性)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한다.

임명석 대표는 "모든 것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는 시대속에서 한편에서는 옛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에 마음을 여는 풍조가 힘을 얻고 있다"면서 "생활 속에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전통적인 부채의 미와 가치를 통해 시원한 휴식같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부채가 비록 선풍기와 에어컨에 밀리고, 다시 휴대용 손풍기에 밀렸지만, 부채의 아름다운 조형미와 시서화를 담은 선조들의 예술적인 문화와 솜씨는 우리가 길이 간직해야 할 미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으로 보며 감상하고, 피부로 체감하는 바람의 문화와 정겨움이 함께 펼쳐집니다. 각종 디지털 첨단산업화될수록 아날로그 매체인 부채의 매력은 돋보이고 소중해진 문화유산입니다." 전시는 2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