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필 ‘미래형 거장’ 라하브 샤니, 동갑 김봄소리와 협연

임석규 2023. 6. 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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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19일 롯데콘서트홀
‘거장의 산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이 점찍은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내한해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협연한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명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지휘자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영국의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재능과 지성, 매력과 좋은 신체, 그리고 수많은 행운, 무엇보다 야망을 뛰어난 지휘자가 갖춰야 할 요소로 꼽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을 이끌고 오는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라하브 샤니(34)야말로 ‘만들어지고 있는 지휘자’다.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은 스스로를 위대한 전통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샤니는 이번 공연에서 동갑내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도 협연한다.

샤니는 29살이던 2018년 로테르담필의 역대 최연소 상임지휘자로 발탁되면서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로테르담필은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휘자 위촉으로 ‘차세대 거장의 산실’로 불린다. 1988년 35살의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수석 객원지휘자로 점찍었다가 7년 뒤엔 상임지휘자로 발탁했다. 2006년엔 33살의 야닉 네제 세갱을 상임지휘자로 임명했다. 이후 두 지휘자 모두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네제 세갱은 현재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겸하고 있다.

로테르담이 자신을 낙점한 데 대해선 “단순히 젊어서가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면서 한계에 이르도록 밀어붙이는 감각과 음악에 대한 관점, 에너지를 공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십 년간 로테르담 필하모닉을 이끈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의 나이가 아니라 이런 자질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로테르담필에 이어 2020년 이스라엘 필하모닉 음악감독에 취임했고, 2026년부터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음악감독도 겸하게 된다. 뮌헨필의 전임 음악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친 푸틴 행보’가 부각되면서 해임되자 샤니가 후임으로 낙점된 것. 그가 30대 중반에 명성 있는 3개 오케스트라를 이끌게 된 데엔 지휘계의 ‘큰손’ 다니엘 바렌보임과 주빈 메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주빈 메타의 후임으로 이스라엘 필하모닉을 이끌게 된 샤니는 원래 이 악단의 더블베이스 주자였다. 그를 지휘로 이끈 인물도 주빈 메타였다. “주빈 메타는 처음부터 저를 응원해주셨고, 바렌보임도 제가 스무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론과 실제 지휘를 가르치며 저를 지지해주셨어요.”

그는 피아노도 연주한다. 샤니는 “베를린 유학 시절 지휘에 집중하기 위해 피아노 공부를 그만둘까 하다 바렌보임의 설득으로 계속하게 됐는데, 그때 그분 얘길 따르길 잘한 것 같다”고 돌이켰다.

차세대 유망 지휘자 라하브 샤니가 이끄는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함께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번 공연에선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비창>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샤니는 “로테르담필은 에너지가 넘기는 활기찬 연주로 잘 알려졌지만, 동시에 매우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라고 자부하며, “과거 세대로부터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진 보석 같은 음악과 예술성을 발전시키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음악가의 소명”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은 좋은 음악가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라며 “존경하는 피아니스트이자 다음 시즌에 로테르담에서 함께하게 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그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번에 협연할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에 대해선 “저와 처음 연주하지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유럽보다 관객층이 젊고 열정적인 관객이 많은 한국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라하브 샤니와 함께 차세대를 이끌 ‘젊은 거장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는 10월엔 27살 신예 클라우스 마켈라(메켈레)가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한다. 파리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도 겸하고 있는 그는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차기 상임지휘자(2027년 취임)로 일찌감치 점찍을 정도로 두각을 보이는 지휘자다. 이미 ‘스타 지휘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엔 야쿠프 흐루샤(42)가 이끄는 밤베르크 심포니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25년부터 전통의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음악감독을 겸하게 된다. 18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임명될 만큼 일찍 재능을 인정받은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34)도 지난해 12월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한 바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로테르담 필하모닉과 이스라엘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라하브 샤니는 2026년부터 뮌헨 필하모닉도 이끌게 된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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