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롭게 도전한 클라이밍, 10분 만에 “힘들어서 못해” [헬!린지]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2023. 6.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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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더링(클라이밍) 체험기
기본 자세는 양발을 넓게 벌려 홀드에 엄지발가락을 걸치고, 손은 하나의 홀드를 잡는 ‘삼지점’이다.
“보기만 했을 때는 쉬워보이죠? 다들 그래요.”

클라이밍을 처음 접하는 기자의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보이기라도 한 것일까. 강사가 농담조로 건넨 한마디에 뜨끔했다. 알록달록 여러 색생과 다양한 크기의 홀드 앞에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내 하나의 홀드를 잡고 매달리는 순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강사의 지시대로 기초 코스를 두 번 오르내렸을 뿐인데 ‘대체 무슨 자신감이었나’라는 자책까지 했다. 그렇게 10분이 채 되지 않아 “더이상 못하겠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실내·외에 인공적으로 만든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다. 기자는 지난달 30일과 이달 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잠실과 종로에 위치한 실내 암장(巖場)을 찾았다. 방문에 앞서 온라인 예약을 통해 일일체험권을 신청했다. 클라이밍의 기본 동작 등을 30~40분간 배울 수 있는 이른바 ‘맛보기’ 강습이다. 평일 오후 8시, 늦은 시간대에도 20여 명의 수강생이 삼삼오오 모여 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었다. 비교적 활동적인 스포츠이지만 남녀 성비는 비슷했다.

흔히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로프를 단 채 높은 외벽을 올라가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는 15m 높이 이상의 인공 암벽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를 다투는 ‘리드’와 15m짜리 암벽을 누가 더 빨리 오르는지 겨루는 ‘스피드’ 종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국가대표 김자인 선수는 이 중 리드 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외에도 로프 없이 4~5m 높이 인공 암벽의 여러 코스를 완등하는 ‘볼더링’이 있다. 기자는 일반인이 취미로 가장 많이 접하는 이 볼더링 종목에 도전했다.

“클라이밍 매력? 못 풀던 과제 풀어냈을 때 성취감”

홀드에 붙여진 테이프색은 난이도를 의미한다.

이날 일일 강습을 듣는 수강생은 기자 한 명이었다. 강습 시간보다 15분가량 일찍 도착한 뒤 평소 발 사이즈대로 암벽화를 대여했다. 하지만 엄지발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할 만큼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암벽화 앞코 또한 단단했기에 더욱 불편했다. 넉넉하게 신기 위해 사이즈를 변경하려고 하자 강사는 꽉 끼게 신는 것이 좋다고 했다. 홀드를 디딜 때 발끝을 모아 감각을 최대한 사용하며 힘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자인 선수는 평소 발사이즈보다 약 20㎜ 작은 암벽화를 신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사의 시범과 지도 하에 처음으로 홀드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기본 자세는 ‘삼지점’이다. 양발을 넓게 벌려 홀드에 엄지발가락을 걸치고, 손은 하나의 홀드를 잡는다. 이때 손과 발이 찍히는 점을 ‘삼지점’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작정 아무 홀드나 잡고 올라가면 안 된다. 하나의 색(코스)을 선택해 같은 색의 홀드만 짚고 피니시 홀드까지 다다르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때 홀드에 붙여진 테이프 색상은 난이도를 의미한다. 누가 오르냐에 따라 코스는 달라질 수 있다. 과제 수행 여부만 다룬다. 볼더링을 취미로 하는 이들이 주로 꼽는 매력이 바로 이 과제 성공에 따른 성취감이다.

약 1년째 클라이밍을 배우고 있다는 직장인 최동호 씨(34)는 “초반에는 손바닥이 아프고 홀드 활용법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에 근육통으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10시간을 암장에서 보낼 만큼 클라이밍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그는 “실패를 거듭한 뒤 문제를 해결했을 때(완등)의 쾌감이 클라이밍을 멈출 수 없게 하는 매력”이라며 “근육이 눈에 띄게 늘었고 퇴근 후 피로감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복 운동이 지루하거나 액티비티한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첫 강습 후 사흘간 앓았지만…다시 찾게되는 매력


클라이밍파크 종로점 암장 모습. 매주 한 구역씩 홀드를 바꿔 새로운 문제 풀이에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

머릿속으로 기본적인 이론은 숙지했다. 삼지점 자세를 만든 뒤 침팬치처럼 팔을 뻗어 다음 홀드를 붙잡았다. 이를 따라서 발도 움직였다. 이때 하체는 벽쪽에 붙이되, 상체는 살짝 떨어진 자세를 취해야 루트 확인이 가능했다. 자세를 잡으랴, 홀드 위치 확인하랴 머리는 복잡해지고 손발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촘촘해보였던 홀드가 막상 붙잡으려 하니 손에 닿지 않을만큼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나만 더 잡아보자는 정신력으로 손을 뻗어 홀드가 잡히는 순간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내 암장의 높이는 약 4m다. 발을 딛는 홀드 기준으로 중간 높이만 올라가도 두 눈으로 내려다보는 높이는 훨씬 높았다. 강사가 기본 자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추락하는 법이다. 완등하거나 더이상 힘을 쓸 수 없을 때는 벽을 밀 듯 뛰어내려 등으로 굴러야 한다. 이때 손으로 바닥을 짚어서는 안 된다.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 그 무엇보다 추락 자세가 중요하다. 강사는 “오랫동안 배운 사람도 추락 자세 때문에 다친다”고 했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뒤로 뛰어내려 구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행여 다리나 허리라도 다칠까 끝까지 홀드를 놓지 못했다.

강습이 끝난 후에는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미 체력은 고갈된 상태였다. 초크를 덕지덕지 발랐던 손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거친 바위에라도 쓸린 듯 손바닥을 펴고 접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팔과 어깨였다. 이튿날 아침부터 누군가 팔을 바닥으로 잡아당기고 어깨는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거웠다. 이 통증은 사흘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괜찮아졌다. 그러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났다. 실제로 기자는 열흘 후 다시 암장을 찾았다. 수일간 이어진 통증에도 다시 암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클라이밍파크 종로점 이민호 강사는 “클라이밍은 전신운동에 해당한다. 하루종일 클라이밍을 하고 나면 (팔·다리 등 특정 부위가 아닌) 온몸이 힘들다”며 “(굳이 꼽자면) 팔힘보다는 하체힘이 조금 더 중요하다. 몸을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동작이 편하게 잘 나온다”고 했다. 이어 “클라이밍은 성취감이 빠르다”며 “처음에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만에 동작이 잡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클라이밍은 다같이 섞여서 서로 응원하고 설루션도 내줄 수 있다. 서로 경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함께 방법을 찾는 등 유대감 형성이 가능한 운동”이라고 말했다.

클라이밍을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은 오는 13~15일 서울광장으로 오세요. 도심 속 건강축제 ‘2023년 서울헬스쇼’(동아일보·채널A 개최)가 열리는 서울광장에 높이 10m, 폭 3m 인공 암벽 등반장이 들어섭니다. 현장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바로 체험이 가능합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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