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욕하는 법, 만든건 정치인 아무도 그들 이야기 안해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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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정진영(사진) 작가의 신작 소설 '정치인'(안나푸르나)은 제목처럼 정치에 관한 이야기지만 흔히 봐온 서사는 아니다.
지난 7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정 작가는 "'정치인은 법을 만드는 사람인데 왜 그 이야기를 아무도 안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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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정진영(사진) 작가의 신작 소설 ‘정치인’(안나푸르나)은 제목처럼 정치에 관한 이야기지만 흔히 봐온 서사는 아니다. 온갖 음모와 배신, 때론 폭력과 살인까지 등장하는 기존 정치 이야기들과 다르게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없다. 검사도, 경찰도 등장하지 않는다. ‘정치인’이 집중하는 건 국회 내 입법 과정. 법을 만드는 이야기가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싶은데 소설은 생각보다 꽤 흥미롭다.
‘정치인’은 부모에게 버림받고 어렵게 살아온 주인공 ‘정치인’이 세 들어 장사하던 곳에서 쫓겨난 후 세입자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국회의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안과 입법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읽다 보면 국회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가 왜 상원 노릇을 하는지, 각 상임위 전문위원이 어떻게 막강한 권한을 갖는지 등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신작은 일찌감치 드라마화가 확정됐다.
지난 7일 문화일보에서 만난 정 작가는 “‘정치인은 법을 만드는 사람인데 왜 그 이야기를 아무도 안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입법 과정을 다룬 소설은 정말 없더군요. 제 작품이 입법 과정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첫 번째 소설일 겁니다.”
왜 정치인인가. “모두가 법을 욕하는데 그 법을 만든 건 국회의원이고, 그 국회의원을 뽑은 건 우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묻지마 투표’로 의원을 뽑으면 결국 나의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도요.”
정 작가는 드라마 ‘허쉬’로도 제작됐던 전작 ‘침묵주의보’(문학수첩)와 ‘젠가’(은행나무)로 각각 언론과 기업 조직을 조명했다. 이번 신작이 ‘조직 3부작’의 마침표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정치 이야기를 한 번 더 쓰고 싶다”고 했다. “정치는 결정과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정치인’의 부제를 ‘결정하는 인간’으로 정했어요. 다음에 쓸 이야기는 ‘책임지는 인간’일 겁니다. 지방 의회로 갈 수도 있고,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정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소설이 필요하다고 믿는 작가들의 모임인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개인의 내면을 서정적인 문체로 써내는 현재 주류 문학계와 사뭇 다른 길을 걷는 ‘사회파 소설가’인 그는 장강명·이서수 작가 등과 함께 오는 8월 말 ‘월급사실주의’ 동인지도 낼 예정이다.
그는 “요즘 소설 안에 현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소설은 전적으로 ‘서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문장의 아름다움보다 서사로 밀어붙이려 해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어야죠. 제 관심사는 결국 민생, 먹고사는 이야기입니다. ‘사회파 소설가’라기보다는 ‘수비 범위가 넓은’ ‘죄다 쓰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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