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목 잇올랩 소장 ‘최상위권 수능 전략’

김명희 기자 2023. 6. 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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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입시 결과 및 2025학년도 대학별 모집 요강이 나왔다. 올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정시 전략 및 내년 입시에서 바뀌는 내용들을 살펴봤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여 앞둔 시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미 전쟁터에 들어섰다. 공부는 학생들의 몫이지만 희망 대학의 과거 입시 결과(입결) 분석, 올해 입시에서 바뀌는 내용 체크, 선택과목 간 유불리와 이를 극복할 대안을 찾는 등 디테일한 전략을 짜는 데는 부모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상목 잇올랩 소장은 유튜브와 학부모 설명회 등을 통해 입시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잇올랩은 관리형 교육 시스템 잇올스파르타를 운영하는 잇올그룹의 학습·입시 콘텐츠 연구소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수학 강사,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 소장은 "수학 강사 시절, 수학 14점 맞던 학생을 96점까지 끌어올렸으나 그 학생이 다른 과목을 망친 탓에 입시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 때문에 컨설팅의 세계에 입문했다. 객관적인 수치에 기반을 둔 입시 설명 및 컨설팅 덕분에 학부모들로부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이 소장은 1회성 입시 컨설팅보다는 학부모 입시 교육을 통해 부모들이 자녀들을 직접 컨설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도 전문가 의견만 믿고 '묻지마투자’를 하는 것보다 종목을 분석하고 임장해서 스스로 안목을 키워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입시 역시 부모가 알아야 자녀와 의논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입시 결과 및 자녀와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것이 경험을 통해 얻은 그의 지론이다.

얼마 전 2024학년도 수능 응시생이 역대 최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수능은 고3 30만8284명, N수생(재수 이상) 13만9385명이 응시했는데 올해는 현역 28만4000명, N수생이 13만~13만4000명이 응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학생 수가 줄면 입시가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데,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

"올해 현역은 과거 10년 그리고 앞으로 5년 정도를 내다봐도 응시자 수가 가장 적은 건 맞다. 그러나 아직 N수생 응시자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한 학기를 다녀보고 반수를 결정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다. 잇올스파르타 기준으로는 N수생 수가 전년에 비해 늘어났다. 재수학원의 경우도 마이너한 곳은 인원이 줄어든 반면 시대인재, 강남대성, 러셀 같은 큰 학원들은 여전히 학생이 몰리고 있다. 수능 응시 인원이 줄면 중하위권 대학의 입결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서울 상위권 대학과 메디컬(의대·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은 크게 변화가 없을 거라고 본다."

상위권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메디컬 입시일 듯하다. 지난해 정시 기준, 인서울 의대는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아야 갈 수 있었나.

"인서울 의대 합격권은 수학을 다 맞았다면 국어와 탐구에서 4~5문제 정도, 수학을 1문제 틀렸다면 국어와 탐구에서 3문제 이내로 틀린 정도다. 그런데 사실 몇 문제 틀렸냐는 매년 수능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백분위로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 백분위 99 이상이면 서울 및 수도권 의대, 98이 나오면 지방대 포함 의대를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지방대 포함 의치한약수 합격 마지노선은 어느 정도인가.

"전 과목에서 1등급 커트라인 정도 받으면 약대나 수의대 어딘가는 갈 수 있다. 메디컬 학과들이 인기가 높지만, 그해 입시의 특수성 등 여러 변수에 의해서 입결이 조금 낮아지는 과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전 과목이 1등급 커트라인에 걸치고, 여기에서 수학이나 과탐 1문제 정도 더 맞는다면 조금 여유 있게 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대 입시와 관련해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

"특정 과목을 잘보는 것보다는 모든 과목이 1등급 중간 정도 나오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는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우선 고정으로 영어 1등급이 나올 수 있게 하고, 그 다음에 과탐 47점 이상 나오도록 하고 수학과 국어를 잡으면 서울에 가까워진다고 이야기한다."

올해 서울대 입시에서 자연계 과학탐구Ⅱ 과목 필수 응시가 폐지됐다. 입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그런데도 과탐Ⅱ 과목 선택이 메리트가 있을지 궁금하다.

"과탐Ⅱ 필수 응시는 폐지됐지만Ⅰ+Ⅱ의 경우 3점, Ⅱ+Ⅱ의 경우 5점 가산점이 있다. 원래 Ⅱ 과목을 잘해서 45점 이상 받을 수 있는 학생이라면 그냥 Ⅱ를 하면 된다. 이 문제는 Ⅱ를 하면 이득이냐보다,Ⅰ과목을 하는 친구들도 서울대 공대와 자연계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입시 판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봐야 한다. 기존에는Ⅰ+Ⅰ으로 서울대 공대에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나 지방대 메디컬을 선택한 학생들이 있었다. 이런 친구들이 반수를 할 경우, 올해부터 나군에서 서울대 공대를 쓰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울대 공대 입결이 올라갈 거고 Ⅱ 과목 가산점을 얻는다 해도 전년도에 비해 합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입시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서울대 공대 입결이 올라가면 어딘가는 분명히 타격을 받아 입결이 낮아질 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방대 한의대·약대·수의대, 기존에Ⅰ과목으로 지원이 가능했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와 경영학과, 고려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같은 계약학과 등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유튜브에서 3월 모의고사 응시 인원을 기준으로 탐구 선택과목 유불리를 분석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일단 과탐의 경우 화학, 생명과학 선택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과거 수능에선 화학 선택자가 가장 많았던 적도 있는데 이제는 지구과학이 메이저 과목이 됐다. 3월 모의고사 응시생 비율을 보면 생명과학 35.31%, 지구과학 32.93%, 물리와 화학이 15.86%다. N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3월 더프리미엄모의고사(더프)는 지구과학(40.04%)이 화학(32.53%)을 역전했다. 화학과 생명과학이 어렵게 출제되기도 하고, 소위 '고인물’이라고 하는 잘하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실력에 비해 표준점수나 백분위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럼 화학이나 생명과학을 선택한 수험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이라도 다른 과목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까.

"고3 수험생이 갈아타는 건 쉽지 않다. 만약 국영수와 다른 탐구 과목이 안정돼서 에너지를 덜 쏟아도 된다면 갈아타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과목도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 탐구 과목을 바꾸는 건 권하지 않는다. 다른 과목이 완벽하지 않다면 지금 선택한 과목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탐구 영역도 짚어주면 좋겠다.

"사탐은 생활과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가 원래 3대 메이저 과목이다. 그런데 3월 모의고사 응시생 비율을 보면 윤리와사상(8.5%)이 한국지리(8.1%) 자리를 빼앗았다. 한국지리, 세계지리, 동아시아사, 세계사 같은 암기과목들은 워낙 잘하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자칫 실수라도 하면 엄청나게 타격을 입을 뿐 아니라, 50점 만점을 맞아도 다른 과목에 비해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낮아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잘하는 학생들만 남게 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리, 역사 등의 과목을 조금 더 어렵게 내 변별력을 갖추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정치와법, 사회문화 같은 일부 사탐 과목이 엄청 어렵게 출제되는 바람에 표준점수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앞으론 지리와 역사 과목이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건가.

"지리, 역사 과목 만점자 백분위가 97, 98 이렇게 나온다면 평가원으로서는 충분히 그런 고민을 할 것 같다."

연대 면접 폐지,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 갈 듯

지난 4월 말, 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2025학년도 대학별 입시 요강이 발표됐다. 상위권 대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연세대가 수시 학생부교과 전형에서 면접(2024년 기준 1단계 학생부교과 100%, 2단계 학생부교과 70% + 면접 30%로 497명 선발)을 폐지하고 교과 100%에 수능 최저를 도입한 점이다. 고려대는 전격적으로 수시 논술 전형을 부활시켰다.

한편 연세대, 중앙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동국대 등은 인문계열 지원 시 사회탐구에 가산점을 준다. 자연계 학생들의 인문계 교차지원, 이른바 '문과 침공’을 막기 위한 것이다. 성균관대는 정시에서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를 다군으로 옮기면서, 다군에 한정해 탐구 과목을 1과목만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앙대의 다군 독주(메디컬 제외)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연세대는 2025학년도부터 학생부교과 전형에서 면접을 없애고 수능 최저를 도입한다. 수능 영향력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내신이 조금 더 중요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원래 연세대는 수시에서 단순히 등급뿐 아니라 Z점수[(원점수-평균)/표준편차]라는 걸 본다. 내 점수는 높고 평균과 표준편차가 낮으면(시험이 어렵고 학생들 수준이 고루 높으면) Z점수가 높아진다. 보통 자사고 학생들이 Z점수가 높게 나오기 때문에 연대 교과 전형은 자사고 에이스들이 조금 유리한 구조다. 그런데 앞으로 면접이 없어진다고 하면 그 TO를 일반고 학생들이 조금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부터 연대 포함 서울 5개 대학이 사탐에 가산점을 부여하면 교차지원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러면 문과 상위권들이 조금 유리해지지 않을까.

"이과 학생들이 문과로 지원할 메리트가 조금 떨어져 '문과 침공’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연대(메디컬 제외)를 예로 들자면 이과 학생들이 과탐 2과목을 과탐 1과목, 사탐 1과목으로 바꾸는 경우도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사탐에 비해 과탐의 공부량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과탐 대신 사탐을 1과목 선택하고 남은 시간에 수학 공부를 더 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다. 실제 며칠 전 학부모님들과 입시 관련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과탐 대신 사탐을 선택해도 되냐’고 아이에게 전화가 온 경우도 있었다. 내년에 미적분·지구과학·생활과윤리를 선택해서 연대나 중앙대 공대에 합격하는 사례가 나오면 2026학년도에는 사탐으로의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25학년도부터 성균관대가 글로벌경영학과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를 다군으로 옮긴다. 그동안 정시에서 다군에 중앙대밖에 쓸 곳이 없었던 상위권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가군 연고대, 나군에서 서울대를 쓰고 다군 중앙대를 썼던 학생들이 앞으로는 다군에 성대를 쓸 것이다. 연고대의 낮은 과와 중앙대 경영학과에 중복 합격한 학생들은 거의 연고대 낮은 과를 선택한다. 그런데 연고대 낮은 과와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에 중복 합격할 경우, 몇몇 학생은 성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추가 합격 라인이 조금 더 미묘하게 바뀌게 된다. 그리고 중앙대의 경우는 예전 충원율로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과거 1000% 가까이 올라갔던 중앙대 다군 충원율이 200~30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일찌감치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 준비로 넘어가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다.

"자사고 내신 4~5등급에 모의고사 1~2등급이 나온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내신은 포기하지 않는 게 좋다. 잇올에 있다 보면 장수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1995년생이 재작년에 2등급 극초반 내신으로 한의대에 수시 교과로 합격한 경우도 있다. 수능 점수는 그해만 쓸 수 있지만 내신 점수는 40세가 돼도 쓸 수 있다. 서울대에 이어 올해 고려대, 2026학년도에는 연세대도 정시에 생활기록부를 반영한다. 정시 파이터로 무조건 1, 2년 안에 입시를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수시 기반으로 학교 공부와 생활을 열심히 하는 게 정답이다."

재수생과 반수생을 많이 봤을 텐데,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상위권 학생들은 수능 날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실수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또 하루는 오후 2시에 시작했다가 컨디션 좋다고 밤을 새우고 그런 것보다는 오전 8시에 시작하든 10시에 시작하든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다. 재수하다 보면 슬럼프가 오기 마련인데, 이걸 얼마나 잘 극복하고 자기 페이스를 찾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적인 경험상 MBTI에서 N과 T 성향을 지닌 친구들이 조금 더 회복탄력성이 좋은 것 같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전략을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수능이라는 최종 보스를 깨러 간다고 가정하면, 모의고사를 중간 보스로 삼고 단기 목표를 달성하면서 자신을 체크하고 성취감을 쌓아가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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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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