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북방정책의 첫 결실…‘헝가리 전도사’로 나섰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58·사진) 씨는 ‘헝가리 전도사’를 자임한다. 지난달 헝가리 출신 작곡가 ‘리게티 죄르지 탄생 100주년 페스티벌’을 한·헝가리친선협회가 주최했는데, 그가 이 단체 회장이다. 리게티와 그를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는 다름 아닌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 지난 1일 만난 그는 “헝가리는 북방정책의 결실로 맺은 동유럽 1호 수교국”이라며 “헝가리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친선협회 사무실엔 그가 2021년 헝가리 정부로부터 받은 ‘금십자공로훈장’이 걸려 있었다.
한·헝가리친선협회는 두 나라 수교 30돌을 맞은 2019년 출범했다. “북방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헝가리 수교의 의미를 잇고자” 설립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팬데믹으로 본격적인 교류 행사가 미뤄지다 지난해부터 리게티 100돌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는 “리게티가 현대음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그런지 양쪽 나라에서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고 애초 계획보다 행사 규모도 커졌다”고 했다. 헝가리 쪽도 적극적이었다.
노태우 정권 북방정책 1호 수교국
수교 30돌 2019년 친선협회 출범
최근 작곡가 리게티 100돌 음악제
헝가리정부 ‘금십자공로훈장’ 받아
한국 연주자 헝가리 방문 음악회도
주한 ‘리스트 헝가리문화원’과 헝가리대사관이 공동으로 주최했고, 5월1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개막 연주회엔 야노시 차크 헝가리 문화혁신부 장관도 참석했다. 그는 “버르토크, 코다이, 도흐나니 등 20세기 음악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음악가들도 배출한 나라가 헝가리”라며 “국내 음악가들의 헝가리 방문 연주, 유럽 거주 우리 연주자들의 헝가리 음악회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헝가리는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아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동한 마자르족이 뿌리죠. 우리처럼 이름보다 성을 앞에 쓰고, 가족을 굉장히 중시해요.”
헝가리어는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어에 속한다. 몽골반점이 있는 헝가리 아이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면서 2020년부터 독일을 제치고 한국이 헝가리 최대 투자국이 됐다”며 “여러 분야에서 두 나라의 교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악기는 이것저것 배웠지만 제대로 할 줄 아는 건 없다”는데 “음악은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은 ‘뷰티플마인드’ 활동에서도 확인된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아동·청소년들의 클래식음악 활동을 지원해온 이 단체 창립을 주도했고, 지금도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이 단체에 참가하면서 클래식음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뷰티플마인드는 2007년 설립 이후 음악회와 교육아카데미 등 여러 활동을 펼쳤고 500여차례 해외공연도 선보였다. 2019년엔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마인드>를 제작했다. 그는 “재원 마련 등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게 상임이사의 주된 역할”이라며 “30여명 이사님의 도움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일반 후원금은 전액 지원활동에 쓴다”고 했다.
그가 지닌 또 다른 직함이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이다. 한중수교 20돌이던 2012년 ‘한중문화센터’로 출범해 지금은 한·중·일 문화협력과 교류로 영역을 넓혔다. 그가 지난 3월 김대중정치학교에 입학하자 정치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정치 계획을 묻자 그는 “정치 생각은 안 한 지 오래됐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대중정치학교에 들어간 것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의 인연 때문이라고 했다. 김대중정치학교 교장인 문희상 전 의장은 2021년부터 동아시아문화센터 회장을 맡고 있다.
“5·18은 한국 민주화의 초석”
‘노태우 회고록’ 일부 수정할 계획
“기록·말씀 등 정리할 기회 있을것”
그는 “5·18은 한국 민주화의 초석”이라며 ‘역사와 시대에 대한 정리’를 얘기했다. 부친이 남긴 <노태우 회고록> 등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부분을 바로잡겠다는 거였다. “앞으로 여러 기록이나 자료, 남기신 말씀들을 정리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회고록(수정)을 통해서든, 다른 방법을 통해서든 한번은 정리해야죠.” 5·18 유족들은 회고록 가운데 광주와 관련해 왜곡된 부분의 수정을 요구해왔다. 2019년 이후 매년 광주를 찾은 그는 올해도 5·18을 앞두고 광주 민주묘지를 참배해 ‘민주 영령들의 희생에 사죄와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진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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