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 니콜라스 필립슨 “도덕과 본성, 정의와 시장이 함께 약동하는 시스템 고민” [김용출의 한권의책]
“일반적으로 말하면, 분명히 개인은 공공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증진시키려고 하지는 않으며, 얼마나 증진시키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다른 많은 경우와 같이, 개인은 바로 그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신이 의도치 않았던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의도치 않았다고 해서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증진시키려 할 때 보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은 더 자주, 더 효율적으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이기심을 경제 행위의 주요한 동력으로 보면서도, 우리가 흔히 아는 이기심(Selfishness)이 아닌, 사회 도덕적 한계 내에서 발휘되는 이기심(Self-Interest)을 강조했다.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는 개인에게 이기심이 무한정 허용된다면 사회적 질서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봤다.
책은 비판과 논란 속에서도 유럽 사회에 지적 충격을 줬다. 당시 스미스 비평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토머스 파우널조차 “인간 공동체의 지식인 과학 및 그 과학을 운용하는 데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을 만들 체계를 세웠다. 이는 수학이 역학, 천문학, 그 외 과학 분야의 원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 활동을 이해하는 원리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두 사람은 그가 바라는 대로 일을 처리할 테니 마음을 편히 먹으라며 거듭 안심시켰다. 스미스는 당시에는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불안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자, 둘 중 한 사람에게 자신의 글들을 즉시 파기해달라고 애원했다. 친구는 결국 그의 말대로 했다.”
죽기 3년 전인 1787년, 스미스는 두 유언 집행자에게 자신의 모든 강의 자료를 파기하고 그 밖의 원고는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고, 죽기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부탁을 상기시켰다. 생전에 자신의 천재성이 드러나는 업적과 모범적 사생활을 보여주는 자료 외에는 모두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철학적 주제에 관한 7개의 미공개 소논문뿐.
그럼에도 저자는 스미스의 저작이나 논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과 함께 교수 경력의 끝자락 시절인 1762년과 1763년 수사학과 법학 강의 자료와 1763년과 1764년 법학 강의 수강생이 남긴 노트를 토대로 부족한 부문을 채워나갔다. 이를 통해 마침내 『도덕감정론』 과 『국부론』 두 저작이 그의 인간 중심 과학의 프로젝트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 에서는 우리가 도덕적 감정을 나누는 방식으로, 『국부론』 에서는 상품과 서비스의 거래를 인간 본성에 내재된 결핍에 깊이 뿌리를 두고 다뤘다.”
책에 따르면, 스미스는 1723년 북해와 접해 있는 스코틀랜드 포스만의 작은 항구도시 커콜디에서 비주류 젠트리인 세무 관리의 유복자로 태어났고, 홀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다. 1737년부터 1746년까지 글래스고대와 옥스퍼드대 베일리얼 칼리지에서 공부하면서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과 데이비드 흄을 차례로 접했고, 그들을 통해서 인간 중심 과학이라는 개념을 접했다.
급진적인 휘그당의 영감을 받은 허치슨은 인간 본성의 역량으로서 도덕 감각을 강조하고, 도덕 감각을 통해서 우주 도덕질서의 원리를 설명하려고 했다. 관용과 자비를 기반으로 세워진 국가는 도덕 감각으로 지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를 쓴 흄은 정부의 주요 의무가 정의의 규칙을 관리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재산을 재분배하려는 모든 시도는 통치, 안정, 사회의 물질적 도덕적 진보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급진적인 정책이 아니라 삶을 개선하려는 개인의 노력에 사회의 발전이 달려있다고 봤다.
그리하여 인간 중심 과학의 첫 번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759년 『도덕감정론』 을 저술했다. 그는 책에서 ‘동감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도덕적 요구를 충족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스스로 편안하게 사는 법을 배우는지 설명했다.
“『도덕감정론』 은 무자비한 종교적 회의주의, 맨더빌식 냉소주의 또는 루소식 절망에 빠지지 않고 공동생활의 경험에서 도덕성의 원리를 배우는 과정을 일관되고 타당성 있게 설명하려는 스미스의 비범한 시도였다. 그는 인간의 도덕적 이해를 형성하고 의무를 배우는 데 바탕이 되는 경험과 사회적 교류 과정,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방식을 심혈을 기울여 실증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인간 중심 과학의 프로젝트의 두 번째 부분이 바로 『국부론』 이었다. 각국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고 높은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이 일삼던 중상주의 시대에 바람직한 정부 형태를 고민하며 책을 저술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마지막 두 부문인 ‘문학의 모든 갈래와 철학, 시, 수사법의 철학적 역사’와 ‘법과 정부의 이론 및 역사’는 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그는 1785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년의 나태함에 격렬하게 맞서 싸우고는 있지만 빠르게 잠식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고, 건강 역시 악화하고 있었다. 1790년, 그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단순한 삶의 역정이나 이력만이 아니라 그의 사상의 배경과 변화 과정을 내밀하게 추적한 저자가 경제학자이자 철학자 스미스에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의 삶과 철학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지속적인 특징은 겸손일 것이다. 삶의 규모, 야망, 대담함을 통해 그는 인간 본성의 단순하고 눈에 띄지 않는 특성을 돌아본 겸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철학을 완성했다⋯ 신중한 시민에게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해 천년 왕국을 세우려는 시도보다 삶과 사회의 문제들에서 작고 점진적인 변화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질이었다.”(424쪽)
요컨대, 책은 강인하고 야심찬 젊은 철학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자신을 형성한 지적 세계를 어떻게 만났고 그것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발전시켰는지에 관한 사상의 이력서다. 어쩌면 ‘경제학의 아버지’, ‘『국부론』 의 저자’,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이점만 주장한 차가운 경제학자의 모습을 넘어서 도덕과 효율, 정의와 시장이 함께 약동하는 것을 고민했던 지식인이자 다면적 인간을 볼 수 있을지도. 원제는 Adam Smith: An Enlightened Life. 2010년 작.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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