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독사? 독사!

황경화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 박사 2023. 6. 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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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후 연수과정으로 미국에 있을 때 즐겨보던 채널 중 하나가 'Animal planet'이었다.

당시에 미국의 TV 연예인들을 잘 모를 뿐 아니라 한국과는 달리 프로그램 진행 중 약 15분마다 나오는 광고가 익숙지 않아 미국 생활 초반에는 여행, 음식, 또는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을 즐겨 시청했다.

독사가 각각의 다른 특징으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전에는 혐오스럽다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는 뱀의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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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화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분소 박사

박사 후 연수과정으로 미국에 있을 때 즐겨보던 채널 중 하나가 'Animal planet'이었다. 당시에 미국의 TV 연예인들을 잘 모를 뿐 아니라 한국과는 달리 프로그램 진행 중 약 15분마다 나오는 광고가 익숙지 않아 미국 생활 초반에는 여행, 음식, 또는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을 즐겨 시청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소위 Snake master라는 Austin Stevens라는 사람이 직접 사막이나 열대우림을 찾아다니며 뱀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를 찾아 랭킹을 매기는 에피소드는 뱀을 무서워했던 필자에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독사가 각각의 다른 특징으로 자연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이전에는 혐오스럽다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는 뱀의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대부분의 의사 가운이나 의료단체를 나타내는 로고를 보면 긴 지팡이를 뱀이 감싸는 모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유래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를 치료하던 중 뱀 한 마리가 방안에 기어 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지팡이로 뱀을 죽였다. 그런데 곧바로 다른 뱀이 약초를 물고 와 죽은 뱀의 입에 올려놓았더니 뱀이 살아나게 된 것을 보고 아스클레피오스가 그 약초로 죽은 글라우코스를 살리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UN 세계보건기구(WHO)를 상징하는 로고도 뱀이 휘감은 지팡이가 됐으며, 이는 인류를 질병에서 구출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 밖에 최근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독사'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독사(毒蛇)는 일반적으로 독이 있는 뱀을 일컫는 통칭이지만 지난 4월, 연구소의 국가독성정책센터가 독성연구 관련 정책 및 기술 동향 파악 등 정보를 공유하고자 포털을 새롭게 개설했는데 이를 독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약어 '독사'로 부르고 있다.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로 본격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연구가 이뤄지면서 이에 따라 질적·양적 데이터의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들이 모여 만들어진 최신 연구 정보들은 융·복합 연구의 기반이 되며, 협력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선순환을 만들어 준다.

이 외에 '독사(https://www.kitox.re.kr/doksa/)'는 독성·안전성 연구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독성연구 성과는 물론, 관련 법령 및 정책 정보, 기술정보 및 동향 등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독성연구자와 관계자가 함께 소통·협력하며 정책 참여나 의견을 제안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독성 연구는 신규 감염병 등 외부 환경 요인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로 '공공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기술 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 연구의 '개방성'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독사'는 독성연구의 공공성과 개방성을 더욱 확장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국민의 안전·안심에 과학적 근거가 바탕이 되는 정확한 정보가 소통될 때, 향후 해당 플랫폼을 통해 독성·안전성 연구의 정책 지원은 강화될 것이다. 내년에는 독성연구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 도구를 제공해 국내의 독성·안전성 연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처음에는 독사란 강한 어감으로 인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독성을 연구하려면 독해야 하지 않나 하는 우스갯소리도 하면서 나름 만족하고 있다. TV 속에서 보던 무섭던 독사는 어느덧 독성을 연구하는 나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어쩐지 이제 뱀이 무섭지 않게 된 것은 운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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