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백조의 호수'·역동적인 '첫 번째 게임'…발레 축제

강애란 2023. 6. 12. 07: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조들의 군무 압권…빨간 점프수트 입고 '종이의 집' 오마주
발레 '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발레의 극과 극의 상반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두 편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제13회 대한민국 발레 축제에 올랐다.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감상하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는 우아한 몸동작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을 오마주 한 창작 발레 '첫 번째 게임'은 역동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유니버설발레단이 4년 만에 선보이는 '백조의 호수'는 왕자 지그프리드가 악마의 저주에 걸린 공주 오데트를 만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원작의 4막을 2막 4장으로 구성을 변경했다.

개막 둘째 날인 지난 10일 '백조의 호수' 공연장은 고전 발레의 대표작답게 객석이 꽉 들어찼다. 공연 전 문훈숙 단장이 무대에 올라 작품 속에서 사랑, 맹세, 결혼, 함께 추는 춤을 의미하는 각각의 동작을 직접 보여주며 작품에 대한 해설을 짧게 들려줬다.

'백조의 호수'는 백조로 변한 발레리나들이 추는 군무로 유명하다. '지젤'의 윌리들의 숲, '라 바야데어'의 망령들의 왕국 장면들과 더불어 대표적인 '발레 블랑(흰색 발레)' 장면으로 꼽힌다.

여러 겹의 치마 레이스가 쟁반처럼 옆으로 탄탄하게 펴진 새하얀 튀튀(발레복)를 입은 20여명의 무용수는 백조의 날갯짓처럼 양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렸다 사뿐히 내리며 우아함을 뽐냈다.

발레 '백조의 호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네명의 발레리나가 손을 엇갈려 잡고 추는 이른바 '네 마리 백조'라고 불리는 춤은 바쁘게 움직이는 하체와 달리 꼿꼿하게 세운 상체의 대조되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2막 2장에서 백조와 흑조가 대칭적인 대열을 이뤄 추는 춤은 1막 2장의 백조들만 추는 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줬다.

여기에 발레와 친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귀에 익숙한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극에 섬세함을 더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 속에서 발레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대극장 작품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다만 호숫가 장면에서 극 전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시킨 백조 모형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백조의 호수'가 발레의 우아하고 섬세한 매력을 보여줬다면, 윤전일댄스이모션의 '첫 번째 게임'은 발레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11일 '첫 번째 게임' 공연을 보고 객석을 빠져나가는 관객들 사이에서는 "발레 같지 않다", "스트리트댄스랑 잘 섞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번째 게임'은 시작부터 여느 발레와는 달랐다. 광대처럼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하고 새빨간 립스틱으로 입을 크게 그린 무용수가 마임을 하며 등장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이 작품은 거액의 돈이 든 '007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달리고, 숨고, 넘어지는 발레리노 10명의 치열한 다툼을 다룬다.

막이 오른 무대는 검은 점프수트를 입은 발레리노들의 역동적인 안무로 채워졌다. 발레리노들 사이에 엠넷의 예능 '스트릿 맨 파이터'에 출연했던 크루 프라임킹즈의 김태현이 섰다. 그는 현란하고 강렬한 춤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휘어잡았다.

발레 '첫 번째 게임' [윤전일댄스이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보다 '첫 번째 게임'은 창작 발레만의 재기발랄함이 흘러넘쳤다.

검은 점프수트를 입었던 발레리노들은 안무 도중 안에 입은 새빨간 점프수트로 의상을 갈아입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공연 막바지에는 007가방에 담겼던 돈다발을 공중에 뿌리고, 무대 천장에서 하얀색 가루를 떨어뜨리며 극적인 효과를 줬다. 얼굴에 광대 분장을 한 무용수가 중간중간 몸을 배배 꼬며 앙탈을 부릴 때는 객석에서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발레리노들의 군무도 똑같은 안무가 아닌 각각 다른 발레 동작들로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발레리노들은 빠르고 힘이 넘치는 동작 속에서도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들은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두 작품의 공연 기간은 끝났지만, 발레 축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남은 기간에는 유회웅리버티홀의 '커튼콜'(8∼9일), 넥스트플로어의 '그해 6월'(8∼9일), 프로젝트클라우드나인의 '콤비네이션 2.0'(13∼14일), 유미크댄스의 '엣지 뉴 던'(13∼14일), 기획공연 '발레 오디세이'(16∼17일), 원혜인발레프로젝터의 '라이터 & 스피커Ⅱ'(17∼18일), 양영은비욘드발레의 '소나기'(17∼18일), 광주시립발레단의 '돈키호테'(24∼25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발레 '첫 번째 게임' [윤전일댄스이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era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