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의 꽃과 나무] 무엇이 그리 급해 희디흰 꽃잎 떨구나

그림 나무 이담 화가, 꽃 김근희 화가. 글 김근희 2023. 6. 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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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 용대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만에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고개를 돌리면 온갖 꽃들이 손짓하니, 위를 보면 쪽동백나무 하얀 꽃이 조롱조롱 달려 있고, 아래를 보면 두메갈퀴 작은 꽃이 하얀 점으로 빛난다.

국수나무, 고추나무, 고광나무, 물참대, 말발도리, 6월의 숲은 흰 꽃의 축제다.

일찍 꽃 피운 쪽동백나무는 벌써 꽃을 떨구고, 하얀 쪽동백꽃들이 돌길에 주단같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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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동백나무]
부부 화가 김근희·이담 커플이 10년간 설악산 기슭에 살면서 화폭에 담은 식물을 연재한다
식물 정보 : 편집자 - 쪽동백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 산중턱에서 고르게 자생한다. 보통 6~10m로 자라고 5~6월에 꽃이 피며, 9월에 열매를 맺는다. 산행 중 향긋한 꽃 내음이 난다면 주변 나뭇가지에 흰꽃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긴 꽃대에 아래를 향해 흰 꽃이 촘촘히 피어 감탄을 자아낸다. 씨에서 기름을 짜서 공업용으로 쓰기도 한다. 목재는 단단하지만 더디게 자라기에, 작은 목공품을 만들 때 사용한다.

아침 8시 반, 용대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15분 만에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다. 백담계곡 7km, 두 시간 정도 걷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오늘은 수렴동 숲을 길게 걸으려고 백담사 입구까지는 마을버스를 이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수렴동 숲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고요한 숲에 들어서니 풋풋한 초여름의 기운이 온몸으로 스민다. 지난밤 휴식을 취한 풀과 나무가 내뿜는 삶의 에너지다. 잠시나마 그 순간에 머물고 싶어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아 보았다. 깊은숨 한 번 쉬고 눈을 떠보니, 벌써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려서 오직 녹색 세상이다.

볕도 안 드는 숲속이지만 꽃들은 사방에서 피어난다. 고개를 돌리면 온갖 꽃들이 손짓하니, 위를 보면 쪽동백나무 하얀 꽃이 조롱조롱 달려 있고, 아래를 보면 두메갈퀴 작은 꽃이 하얀 점으로 빛난다. 꼭두서니들은 끈끈한 줄기로 다른 식물을 감으며 뻗어 나가기 바쁘다. 모두 꽃 피우고 씨앗 맺어 자손을 퍼뜨리느라 분주하니, 여름은 숲 살림에도 바쁜 계절이다.

숲속 오솔길에는 하얀 꽃들이 줄지어 서 있다. 국수나무, 고추나무, 고광나무, 물참대, 말발도리, 6월의 숲은 흰 꽃의 축제다. 탐스럽게 큰 함박꽃도 하얀 웃음을 머금고 있다.

일찍 꽃 피운 쪽동백나무는 벌써 꽃을 떨구고, 하얀 쪽동백꽃들이 돌길에 주단같이 깔려 있다. 떨어진 쪽동백꽃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보니, 긴 암술대만 남기고 수술이 모두 함께 빠져나온 모습이라 떨어진 꽃이지만 꽃 한 송이의 모양이 온전하다. 쪽동백나무는 둥치도 멋있다. 가늘고 매끈한 나무 둥치를 양팔처럼 벌린 모습이 발레리나를 연상시킨다.

쪽동백나무는 꽃 모양이 때죽나무 꽃과 같고, 꽃 색도 빨간 동백꽃과는 거리가 먼데 왜 동백이란 이름을 가졌을까 했더니, 쪽동백 열매가 동백 열매처럼 기름이 많고 열매가 작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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