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하랴 사무보랴… ‘슈퍼맨’ 요구받는 선생님들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주당 실제수업 4년간 1.6시간 줄었는데
채점 1.5시간·행정업무 1.9시간 더 늘어
교사 자율성 악화… 교육신문고 등 제안
지난해 6월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진과 면담한 중소도시 중경력(10∼15년) 중학교 교사의 하소연입니다. 교사가 되기 전엔 교과 수업을 잘하고 학생 지도를 잘하는 게 교사의 본분인 줄 알았는데 교직에 들어선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학생, 학부모가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수행하는 교육공무원일 뿐이라는 푸념처럼 들렸습니다.
일과가 끝난 뒤 걸려온 학부모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음날 학교에서 얼굴에 물세례를 받은 교사 사연도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 달 스승의 날(15일) 즈음해 “학부모 폭언 등으로 교사 4명 중 1명은 정신과 다녀”, “지난해 학교 떠난 젊은 교사들 6년 만에 최다” 등의 암울한 뉴스를 전해서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사가 학생·학부모·교육당국으로부터 ‘철밥통 직장인’으로 취급받는 요즘 상황에서 KEDI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 ‘교사의 직무수행 변화 분석과 향후 과제’는 교직에 대한 교사들의 지난 10년간 인식 변화 양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습니다.
요즘 교육계 화두 중 하나인 ‘교권 침해’는 드러난 것보다는 심각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교사들과 학생들은 평상시 서로 잘 지낸다’ 등 교사-학생 관계는 2013년 3.13점에서 2022년 3.45점으로 다소 상승했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 때문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등의 교실 분위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같은 기간 2.19점에서 2.06점으로 감소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처음 조사항목에 넣은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2.58점으로 ‘어느 정도’(2점)와 ‘상당 수준’(3점) 사이에 위치해 있네요.
최근 4년간 악화한 분야는 ‘교사 자율성’과 ‘실제 수업 시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업내용 결정과 교수방법 선택, 학생평가 등에서 교사 자율성은 2018년 3.50점에서 2022년 3.43점으로, 주당 실제 수업시간은 같은 기간 18.11시간에서 16.47시간으로 줄었습니다. 실제 수업시간이 줄어든 것은 과제 채점과 수정(2018년 3.02시간→2022년 4.49시간), 행정 업무(5.30시간→7.23시간) 등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학교자치 강화 등과 같은 정책 기조와 달리 각종 지침, 문서, 기록 등에 의해 실상 자율성의 범위가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방역 활동에서부터 학교폭력 발생 시 조사 및 처리, 방과후 돌봄까지 최근 당국과 학생·학부모가 요구하는 현안들이 과연 교사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직무인지 의문을 갖는 교사들도 상당해 보입니다. 연구진은 “실효성이 빠진 정책 집행은 오히려 교사 직무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단기과제로 정책 입안 과정에서 교사 참여 의무화, ‘교육신문고’ 개설 등을 제안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상담도, 돌봄도, 인성교육도 잘하는 어찌 보면 슈퍼맨이나 전지전능한 신을 교사들한테 요구하는 것 같아요.”(경력 10여년 된 교사)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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