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 경영의욕 꺾는 외국인 근로자

여론독자부 2023. 6.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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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외국 인력 도입 규모 확대 등 인력난 해소 노력'이 1위로 꼽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과 소통해 출국 예정 근로자의 체류 기간 연장,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처리 기간 단축, 항공 증편 같은 응급 처방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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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친구와 같은 회사 일하고 싶어서'
입국하자마자 사업장 변경 요구
계약해지 거절땐 태업·고발까지
현장 제재장치 마련 필요성 커져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서울경제]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외국 인력 도입 규모 확대 등 인력난 해소 노력’이 1위로 꼽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현장과 소통해 출국 예정 근로자의 체류 기간 연장,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처리 기간 단축, 항공 증편 같은 응급 처방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인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도 ‘인력난 심화’이고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도 ‘외국 인력 제도 개선’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외국 인력 정책에 일부는 만족하면서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는 현장의 목소리일 것이다.

고용허가(E-9) 외국인 근로자는 4월 말 현재 28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은인이기도 하지만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이들이 무리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경영 의욕마저 꺾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근무 중 수시로 피를 토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했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네요. 알고 보니 상대방을 놀래주기 위해 사용하는 ‘블러드 캡슐’을 사용한 것이었습니다. 부당하게 계약 해지를 요구해 와 거절하자 이런 방법까지 사용하네요.” “회사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친구가 근무하는 업체에서 일하겠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해 거절했더니 얼마 후 고용청에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조사받으러 오라네요.” 요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중소기업 현장에서 벌이지는 일이다.

최근 중기중앙회의 외국 인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68%가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사업장 변경을 위한 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변경 요구는 ‘입국 후 3개월 이내’가 25.9%로 가장 많았다. 입국하자마자 사업장 변경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결국 96.8%의 중소기업은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 요구를 거절했더니 외국인 근로자의 85.4%가 태업·꾀병·무단결근 등 부당 행위를 했고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중소기업은 생산 차질과 직장 분위기 악화로 속수무책으로 계약 해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왜 이렇게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것일까. 대부분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작업 환경 때문으로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친구 또는 같은 국적의 근로자와 근무하기를 희망해서’이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려고 태업 등 부당 행위로 사업주를 괴롭히고 심지어 사업주를 고발하는 행태까지 현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외국인 근로자가 다른 업체로 사업장을 변경하면 기존 중소기업은 대체 인력 구인 애로, 도입 비용 손실, 제품 생산 차질 같은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법무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고용허가로 입국한 첫 사업장에서 1년도 근무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2017년 39.9%에서 2021년 54.4%까지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도입한 지 20년 된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입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외국 인력에 대한 제재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하지만 제도의 틀을 바꾸고 시스템을 개편하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그동안 외국인 활용 기업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급하고 중요한 것부터 바꾸자. 사업장 변경 제도부터 우선 손질하자. 국회와 정부는 이를 위한 입법에 즉각 착수하기를 바란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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