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도현 "1등보다 2등, 부족해야 더 겸손하게 배우죠"
마포문화재단 'M 아티스트' 첫 주인공
13일 독주회 시작으로 올해 총 4회 공연
"죽은 뒤에도 내 음악 찾는 사람 있는 게 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21년 제63회 부소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우승자인 피아니스트 김도현(29)의 음악 세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4회에 걸쳐 열린다. 마포문화재단이 올해 처음 도입한 상주음악가 제도 ‘M 아티스트’의 첫 주인공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김도현은 2021년 부소니 콩쿠르에서 2위와 현대 작품 최고 연주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 1위, 2017년 베르비에 방돔 프라이즈 1위 없는 공동 2위,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음악 콩쿠르 세미파이널 특별상, 2021년 시카고 국제 음악 콩쿠르 아티스트 부문 1위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최근 독일 뮌헨의 펠스너 아티스츠(Felsner Artists)와 전속계약을 맺고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피아노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였다. 중학교에 들어간 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해 보고 싶어졌다. 피아니스트 변정은, 주희성 등을 선생님으로 만나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예고를 나온 뒤 서울대 재학 중 미국 클리블랜드 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나 피아니스트 백혜선, 세르게이 바바얀 등을 사사했다.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석사,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 취득 이후 현재 동 음악원 전문 연주자 과정에 재학 중이다.
음악을 전공하면서도 전문적인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바바얀으로부터 콩쿠르 제안을 받으면서 연주자로서의 꿈을 갖게 됐다. 최근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부소니 콩쿠르 2등’. 연주자로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식어지만, 김도현에게는 콩쿠르 순위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1등보다는 2등이 더 나은 것 같아요. 1등은 부담이 클 것 같거든요. 그리고 부족한 점이 조금은 있어야 그것 때문에 겸손할 수 있고 배울 점을 찾아갈 수 있죠. 아마 콩쿠르에서 1등을 했다면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미안함이 컸을 거예요. 콩쿠르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아요.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 배우는 게 많으니까요.”
김도현의 롤모델은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다. 오래전부터 백건우의 앨범을 즐겨 들으며 그를 동경해 왔다. 2년 전, 백건우가 프랑스에서 함께 연주할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로 김도현을 비롯해 김홍기, 박진형을 선택하면서 처음으로 만났다. 지금은 백건우와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건우 선생님에게 ‘연주자의 절정은 20~30대가 아닌가요’라고 물었더니 ‘30~40대에 제일 많이 배워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선생님 덕분에 음악의 철학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 꿈은 죽어서까지 제 음악을 찾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이를 위해 계속 배워나가고 싶습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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