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창업농의 역설

관리자 2023. 6. 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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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결심한 후 열심히 농사에 대해 배워 농민으로서 기본적인 조건은 갖췄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도 꿨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모종값이 비싸 청년창업농 바우처 수령 방법에 대해 알아봤지만 '바우처를 받기 위해서는 또 경영체 증명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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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을 결심한 후 열심히 농사에 대해 배워 농민으로서 기본적인 조건은 갖췄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올해 농사를 열심히 지으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꿈도 꿨었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가혹했다. 장기 임차가 가능한 공공임대용 땅은 가뭄에 콩 나듯 정말 드물게 나왔고, 간혹 나온 땅조차도 나에겐 배정되지 않았다. 같은 청년창업농이어도 독립경영 예정자에게 우선순위로 돌아갔고, 그중에서도 결혼한 사람, 여성, 나이가 어린 순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독립경영 예정자임에도 땅을 구할 수 없었다. 솔직히 나이가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허무함과 속상함에 주저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수탁으로 땅을 구했더니, 이제는 독립경영 예정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공임대용 땅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 문제인 건 임대·수탁 토지에는 시설지원 사업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땅을 구매할까도 고민했지만, 청년창업농 대출이 5억원까지 늘었다는 소문에 이미 땅값이 덩달아 오른 상태였다. 아무리 싸게 잡아도 5억원으로는 0.33㏊(1000평)의 시설하우스 설치가 가능한데, 이 정도로는 이자와 생활비 벌기도 빠듯하다. 스마트팜이나 수경재배 설치는 꿈도 못 꾼다.

그래도 인내하며 농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곧 숨이 턱 막혀왔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기계가 필요하다. 경운을 위해서는 트랙터가, 두둑을 만들기 위해서는 관리기가 필요하고, 물을 주기 위해서는 양수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창업농인 나에겐 농기계가 없었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기계를 빌리려고 했다. 그러자 임대사업소에서는 농업경영체 증명을 요구했다. 이에 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찾아가 농업경영체 증명서 발급을 요청했지만, 농관원은 다시 나에게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을 증명하라고 했다.

즉,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기계가 필요한데, 그 농기계를 빌리기 위해서는 농업경영체 증명이 필요하고, 경영체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농사를 짓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마을 어르신들께 도움을 요청해서 우여곡절 끝에 땅을 경운하고 퇴비를 치고, 두둑을 만들어 농사 준비를 마쳤다. 이제 모종을 구해 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모종값이 비싸 청년창업농 바우처 수령 방법에 대해 알아봤지만 ‘바우처를 받기 위해서는 또 경영체 증명이 필요하다’는 말에 그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래도 힘들게 시작한 농사라 마음을 다잡고 귀농교육 때 배운 대로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지만, 또 경영체 등록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경영체 등록을 신청했는데, 등록이 되기 전에 가입 기한이 지났다. 이쯤 되자 반쯤은 체념하게 됐다.

이리저리 돈을 구해 모종 등 농사에 필요한 것들을 사고 나니, 급할 때 쓰려고 했던 여유 자금 상당 부분이 사라져버렸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푼 두푼 돈을 쓸 때마다 ‘이게 지금 맞는 건가’ 싶은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 요즘이다.

박홍근 청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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