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한중 갈등, 사드 때처럼 실력 행사로 이어지나

유대근 2023. 6.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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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였던 한중관계가 새로운 암초를 만나 삐걱대고 있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 등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는 "싱 대사의 발언은 본국과 사전 조율 속에 나왔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에 호응하는 외교 정책을 펴는 데 반감이 쌓였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마디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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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교가 "주중 대사 맞불 초치는 과해" 불만
전문가 "싱 대사 발언, 본국과 조율 속 나왔을 것"
사드 배치 때 경제 보복 '악몽', 전선 커질까 우려
"中, 갈등 고조시킬 의도는 없는 듯" 해석도 나와
전문가 "대중외교 전략 점검 및 대화 창구 열어야"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악화일로였던 한중관계가 새로운 암초를 만나 삐걱대고 있다.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반드시 후회할 것" 등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을 두고 한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 대사를 초치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한중 간 맞초치는 지난 4월 대만문제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를 계기로 이뤄진 것에 이어 두 번째다. 한중 갈등이 격화한다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 때처럼 중국 측의 실력 행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측이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우리 외교부의 싱 대사 초치에 항의한 사실이 알려진 11일 우리 당국과 여권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외교가에서는 "모든 외교관의 가장 큰 책무는 주재국과 우호관계를 증진하는 것"이라면서 "선을 한참 넘은 발언을 한 자국 대사를 우리가 초치했다고 이를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싱 대사에게 우리 국민 앞에서 진심 어린 공개 사과를 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거부한다면 지체 없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해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이후 한중갈등관계 꼬인 상황... "대중외교 전략 손볼 때"

한중 전문가들은 중국 측이 충돌을 피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강경 발언을 불사했다고 진단했다.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는 "싱 대사의 발언은 본국과 사전 조율 속에 나왔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미국, 일본에 호응하는 외교 정책을 펴는 데 반감이 쌓였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마디 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보복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이번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현지 불매운동의 여파로 롯데그룹이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경제 보복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이번 갈등이 격화한다면 더 넓은 분야에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이 정 대사를 부른 방식이나 발언 수위를 보면 갈등을 크게 고조시킬 의도가 없어 보인다는 분석에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우리는 차관급이 싱 대사를 초치했는데 중국은 차관보급인 부장조리가 정 대사를 불렀다"며 "스스로 '대국'이라고 자평하는 중국이 자국 대사의 초치를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으니 다소 약하게 항의한 듯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황 악화를 부추기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도 차분히 대중 외교 전략을 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명예교수는 "미국과 중국도 서로 싸우기만 해서는 좋지 않다는 걸 알기에 대화를 병행하고 있다"면서 "섬세하고 전략적으로 중국과의 대화채널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중국이 우리를 압박하면 한미일 삼각 공조가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중국이 바라는 그림은 아닐 것"이라면서 대화를 통해 이번 갈등을 조기에 봉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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