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노골적 中의 기술 탈취, 못 막으면 첨단 산업 거덜 날 것

조선일보 2023. 6. 1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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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이후, 한국의 해외 반도체 공장 주변에선 반도체 전문 인력을 빼내가려는 중국 측의 시도가 훨씬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에 있는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공장./삼성전자 제공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에 개설한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일하는 연구 인력을 빼내 캐나다로 옮기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미·중 간 정치적 긴장에 대한 대응인 동시에 중국 측이 필사적으로 연구원을 빼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전했다. 중국의 기술·인재 탈취 시도에 대비한 선제 대응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왕성한 기술 욕구 앞에 한국 제조업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주 국내 기업의 의료 로봇 기술 파일 1만 여 건을 빼돌린 중국 국적 연구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유출된 기술은 국책 사업으로 선정돼 국비 100억원이 지원된 분야였다. 지난 2월엔 삼성전자 기술을 빼돌린 뒤 반도체 세정 장비를 제작해 중국 기업과 연구소에 넘긴 연구원과 기업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 인재 1000명을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천인(千人)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돈으로 선진국의 기술 인재를 데려와 기술 유출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산업 스파이 양산 계획’과 다름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하버드대 화학 교수가 중국 정부로부터 월 5만달러의 연구비를 받고 첨단 정보를 유출해 오다 미국 검찰에 적발됐다. 이번에 국내에서 적발된 의료 로봇 기술 유출자도 ‘천인계획’의 지원 대상자였다.

최근 6년간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사례가 117건 적발됐다. 이 중 36건이 중국이 가장 눈독 들이는 반도체 기술이었다. 현행 법은 기술 유출 범죄자를 1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80%(292명)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실형을 산 사람은 20%에 불과했다. 누가 겁내겠는가.

경쟁국들은 기술 유출 범죄를 중범죄로 처벌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에 의거해 기술 유출범에게 징역 33년형까지 구형한다.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기술 유출을 간첩 행위에 포함시키고, 징역 12년과 1억대만달러(42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삼성전자·하이닉스의 해외 공장에선 중국 측 브로커가 3~4배 오른 연봉을 제시하며 반도체 전문 인력을 빼내 가려는 시도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법원은 기술 탈취에 대한 양형 기준을 대폭 올리고, 국회는 간첩 죄에 준하여 엄중 처벌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갈수록 노골적인 중국의 기술·인력 빼가기를 방치했다간 첨단 산업이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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