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보훈부, ‘말의 성찬’ 아닌 보훈문화 정착에 힘써야

기자 2023. 6. 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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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개편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이달 5일부터 보훈가족의 오랜 염원이었던 국가보훈부 승격이 현실화됐다. 매년 찾아오는 ‘호국보훈의달’이지만 정부 내에서 보훈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올해 맞은 6월은 어느 해보다 감회가 새롭다.

진진화 예비역 육군대령

높아지는 위상만큼 앞으로 국민들과 보훈가족들의 성원에 더욱 부응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오랜 기간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국방·보훈 관련 업무를 몸소 체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보훈부의 보훈정책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선언적이고 추상적인 보훈정책’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보훈정책’을 지향해야 한다. 유사한 사안을 두고 보훈 심사위원들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심사 대상자들의 예우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국가수호 등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지 여부, 고엽제 노출과 피해 질병 간의 상관관계가 규명되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모호하게 적용되는 심사기준들을 구체화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엽제 피해자들의 희생과 공로가 동일함에도 단지 자신이 앓고 있는 질병이 관련 법령상 어떠한 분류체계에 속하는지에 따라 보상과 예우가 지나치게 차이 나는 것은 사회통념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에 합리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다른 행정기관의 판단도 존중해 보훈심사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국가보훈부는 보훈심사에 있어 독자적인 심사권을 지나치게 강조해 민원인이 소속돼 있던 기관에서 공무수행 중 상이(질병)를 입었다는 점이 명확해 공상이라고 판단을 내렸음에도 보훈심사위원회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내세워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공무수행 중 상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함에도 심의 과정에선 질환의 특성 등에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어 상이의 발병 원인을 개인적 소인으로 취급해 군 직무수행과의 공무 기인성을 부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셋째, 민원인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국가의 증명책임은 강화해 많은 희생자들이 보훈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부와 유관기관의 협조체계 구축과 군 사건·사고 관련 기록물 관리 강화가 필수적이다.

6·25전쟁 당시 계급이나 군번 없이 비군인 신분(학도병·유격군·노무자 등)으로 참전한 분들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고엽제 피해자들 대다수가 고령이고 적지 않은 수가 사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훈심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의 부담을 민원인에게 지우기보다는 국가기관이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권리구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비군인 참전유공자 인정 문제에 있어 그분들이 최소한의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유공자 예우를 강화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행정을 펼치겠다며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보훈부가 이번만은 말의 성찬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해 새로운 보훈문화를 정착하고 국격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진진화 예비역 육군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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