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초여름에 떠난 그들
초여름의 문턱에서 두 아티스트의 부음이 전해졌다. ‘자연주의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사진)과 ‘걸 프롬 이파네마’의 보컬인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가 그들이다. 지난 세월 동안 두 사람의 연주와 목소리는 우리에게 큰 위안이었다.
초여름의 뭉게구름이 하늘을 뒤덮을 때면 어김없이 조지 윈스턴의 ‘서머(Summer)’가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왔다. 그가 고향인 미국 몬태나주에서 만들었다는 이 곡은 푸른 초원과 같은 편안함을 준다. 1991년 발표됐으며 1980년 <어텀>과 1982년 <윈터 투 스프링> <디셈버>에 이은 사계(四季)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디셈버>는 300만장 중 100만장이 한국에서 팔릴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윈스턴은 1997년 첫 내한 이후 모두 11차례 한국공연을 했다. 외환위기 때는 출연료 전액을 실직자 기금으로 내놨고, 아쟁 연주곡집을 자주 듣는 등 한국악기에도 관심이 많았다. 우리 민요도 좋아하는 그는 조용필이 부른 ‘한오백년’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보사노바의 여왕’으로 불리던 아스트루지 지우베르투도 목소리만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배경으로 한 ‘걸 프롬 이파네마’는 그녀가 남긴 불후의 명곡이다. 아스트루지의 남편 주앙 지우베르투(2019년 작고)와 재즈 뮤지션 스탄 게츠가 협업,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이 작곡한 곡이다. 영어가사를 소화할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필요하다는 남편의 요청에 즉흥적으로 참여했다. 어설프지만 순수한 그녀의 목소리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이파네마 해변을 산책하는 소녀의 발랄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가수와 연주자가 리메이크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능가하지는 못했다.
올여름에도 두 사람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서 더위를 견뎌야겠다. 그리움은 더 깊어지겠지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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