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해 생긴 별명 ‘쎈 언니’ ‘문탁이 형’… 노래로 이미지 깼다
가수 서문탁(본명 이수진)에겐 그간 ‘생각보다’란 말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여성스러운 말투나 행동을 보이면 “생각보다 여리네”란 반응이 따라붙는 식. 1999년 데뷔곡 ‘사랑 결코 시들지 않는’을 시작으로 ‘사슬’ ‘사미인곡’ 등 강렬한 록 발라드를 부르는 여성 로커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만큼 ‘쎈’ 여가수 이미지가 고착된 결과였다.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 애칭은 ‘문탁이 형’. 웬만한 남자보다 더 힘 넘치고 중성적인 가창력에 경외심이 든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서문탁은 “그만큼 제가 곡을 잘 소화했다는 뜻인 것 같아 감사하지만, 절 무서워하게 만드는 이미지 같아 고민도 참 많았다”며 웃었다. “데뷔 초 선배 로커 가수 김경호의 옷차림을 따라 입거나, 록 분위기에 맞춘다며 꼭 폐허 같은 데서 사진을 찍어야 했죠. 무엇보다 록 아닌 다른 걸 부르면 다들 낯설어했어요. 전 사실 팝 등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나는 가수다2·불후의 명곡·복면가왕 등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계속 도전한 이유였다. “좀 더 가까이 와도 되는 친근한 사람이란 걸 알리고 싶었죠.” 결과는 대성공. 풍부한 성량과 끝을 모르는 고음으로 ‘생각보다’가 아닌 ‘역시’란 반응을 이끌어 냈고, 지난 2월 MBC 복면가왕에선 7연승을 거뒀다. “신이 내린 목소리”란 찬사도 얻었다. “그전에는 제 곡만 대중에게 들려주는 짝사랑 같았다면, 경연으로 대중 반응을 읽고 실제 교제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았어요.”
내년 데뷔 25주년을 앞둔 그는 오는 17~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백주년기념관에서 4년 만의 단독 공연을 열고 “올 하반기 신곡도 발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데뷔 초를 돌아보면 “노래도 좋았지만, 돈을 벌고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택한 길이었다”고 했다. 이혼 가정에서 어머니 홀로 키우는 4자매의 셋째로 태어나 아낌없이 사랑받았지만,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려고 중·고교 시절 내내 신문 배달을 했다”고 했다. “새벽에 여자 혼자 위험하다고 어머니가 반대하다가 결국 남장을 조건으로 허락하셨어요.” 고3 때는 상금을 타려고 전국 음악 경연 대회를 다녔고, 우연히 한 인대 음반 발매 기념 공연에 참여했다가 음반제작자의 눈에 띄었다. 하지만 데뷔 3년 차 때 소속사 정산 문제로 모든 걸 버리고 일본으로 떠났다가 우연히 영화 화산고 OST 제의로 가요계에 복귀했다. “가수가 천직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일이 이렇게 이어진 게 신기했어요. 가수는 내가 선택한 일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번 생에 넌 사람들한테 기쁨을 주는 광대야, 이거 해. 이런 소명이었던 거죠. 그걸 감히 오만하게 하기 싫다 했던 건가 싶었죠.”
이후 지금까지 “노래하는 몸을 만들려고 하루 4시간씩 노래 연습과 운동을 20년 넘게 해왔다”는 서문탁은 “계속 대중과의 소통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SBS 축구 예능 ‘골때리는 그녀들’의 ‘FC발라드림’ 팀원으로 합류해 친근한 이미지를 다져오고 있다. “다만 제 색을 잃을 수는 없잖아요. 날 바꿔가면서까지 하는 건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를 단단히 갖고 있으면서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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