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관위 개혁,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

송영훈 변호사, 前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 2023. 6.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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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 고위직 자녀의 채용 비리 의혹으로 선관위 개혁이 화두다. 일반 직원들이야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을 것이나 선관위가 권력분립, 견제와 균형 원리로부터 예외인 것처럼 행동해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선관위는 작년과 올해 연이어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최근 국정원과 정부의 보안점검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관위를 누가 감시하느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지만 감사원법상 헌법기관인 국회나 법원과 달리 1963년 제정 이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하다 여론이 악화하자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받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재발을 막는 견제와 감시 구조가 핵심이다. 감사원법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 입법으로 논란의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 선관위에 대한 국정감사, 국정조사, 선관위원 인사청문은 모두 국회 권한이다. 선관위 개혁에는 국회의 역할이 긴요하다는 얘기다. 뒤집어 말하면 선관위 문제는 국회가 그동안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아 심화된 것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의 바탕에는 선거법이 있다. 선거법엔 금지 행위가 워낙 많고 복잡해 변호사도 ‘리걸 마인드’로 대강 넘겨짚으면 반드시 틀린다. 건국 후 선거법을 처음 만들 때 규제 중심의 일본 보통선거법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4년 이른바 ‘통합선거법’, 2004년 ‘오세훈 선거법’도 이 틀을 근본적으로 뛰어넘지는 못했다. 5명 이상이 행렬을 이뤄 거리를 행진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 규정은 지금도 남아있다. 유권자 집·일터 방문 제한은 원칙과 예외가 까다로워 국회의원조차 피선거권을 잃기도 한다.

규제가 복잡할수록 규제기관의 힘은 커진다. 여기에 선관위가 가진 권력이 또 하나 있다. 선관위가 자신의 선거를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는 것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국회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국회가 선관위 견제에 온 힘을 다하지 않은 근본 원인이다. 게다가 문제를 알면서도 현행 선거법이 유지된 이유는 선거운동의 자유가 넓어질수록 원내 정치인 입장에선 신인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에 필요한 설득력은 권력자가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강해진다. 과연 우리 국회가 선관위 개혁을 위해 선거운동의 자유를 대폭 넓힐 수 있을까. 채용 비리 근절을 선관위의 근본적인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 선관위는 선거법에 따라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질서 심판관’이 아니다. 심판관 선관위를 정상적인 선거관리기관으로 돌려놓는 것이 본질적 해결책이란 주장에 동의한다면, 선거법 개정은 필수다. 현재의 다수당이 외면한다면 미래의 다수당이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송영훈 변호사, 前 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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