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수 분석 용역’ 문제라니 부산 재해 대책 어떻게 믿나

2023. 6.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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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14억 원이나 들여 제작한 '도심 침수 위험 분석지도'가 부실하거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밀도 도심지는 빗물관 지름을 600㎜ 이상 높게 적용해야 하는데도 용역 수행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일부 지역이 침수 위험지에서 누락됐고, 침수 예상지와 실제 지도에 표시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적은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해 위험지 관리와 침수 예방사업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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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등 이유 실제 위험지역은 빠져…이상기후 대비 위해 정확성 기해야

부산시가 14억 원이나 들여 제작한 ‘도심 침수 위험 분석지도’가 부실하거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밀도 도심지는 빗물관 지름을 600㎜ 이상 높게 적용해야 하는데도 용역 수행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일부 지역이 침수 위험지에서 누락됐고, 침수 예상지와 실제 지도에 표시된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대피기준 역시 모두 빠져 있다. 이같은 지적은 감사원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재해 위험지 관리와 침수 예방사업 추진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서 드러났다. 부산시가 태풍이나 집중호우 때 시민이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구축했다고 홍보하던 그 시스템이다. 감사원은 부산시가 문제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음에도 방치했다며 담당 직원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자연재해 위험지구 선정과 재해정보지도 작성 과정 등을 보면 어이가 없다. 사실 매커니즘 자체는 간단하다. 지역별 강우량을 분석해 침수 위험지역을 정하고 기존 및 신축 건물에 예방 시설을 의무화 하는 식이다. 그러나 민원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정작 위험도가 높은 곳은 빼고 도로나 하천, 사람이 살지 않거나 이주 예정인 정비구역을 넣었다. 위험지에서 제외된 지역에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병원 공장 등이 들어선 경우가 사상 동래 해운대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해운대나 동구 일부는 침수 위험지임에도 지도에는 누락되거나 축소 표시되기도 했다.

부산의 강우 패턴을 보면 1904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를 뿌린 상위 10위 중 여섯 번이 2000년대 이후 일이다. 2008년 8월 13일 기록된 1시간 최다 강수량은 무려 106㎜였다. 비가 한번 왔다 하면 폭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같은 부산이라도 지역별 편차 역시 크다. 3년 전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 당일 광복동 관측소 측정 강우량은 시간당 176.2㎜였으나 해운대는 212㎜로 40㎜가량 많았다. 이상기후 때문에 언제 어디를 강타할지 모르는 이런 게릴라성 폭우는 점점 더 위력이 강해질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어디가 위험한지 분석해놓았다는 시스템이 이렇게 주먹구구였다니 예산이 아깝다는 생각을 넘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재해위험지구 선정과 지도 작성은 도시의 상습 위험지를 파악해 대비하기 위함이다. 밀도가 높다는 건 재해로 인한 시설물이나 인명 피해가 클 가능성 또한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을 걱정하는 민원 등을 의식해 일부러 빠트리거나 실제와 다르게 표시한다면 그렇게 구축한 데이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이니 비가 오면 뜻밖의 장소가 물에 잠기고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패턴이 되풀이 된다. 재해지도는 눈가림 목적이 아니다. 담당 직원 징계뿐만 아니라 재난 대비 라인 전체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지도를 다시 작성하고, 업체에 지급한 용역비도 환수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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