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골짜기 세대

강춘진 기자 2023. 6.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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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대표팀이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 축구에서는 1983년 박종환 감독의 세계청소년선수권(현 U-20 FIFA 월드컵) 대표팀을 두고 처음으로 '골짜기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골짜기 세대'라며 무시당했던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축구 미래를 밝히는 '황금 세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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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대표팀이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준결승에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에 1-2로 석패하면서 2019년 대회에 이어 연속 결승에 올라 우승하겠다는 꿈이 좌절됐다. 김은중 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선수들은 이른바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팬들에게 자기 존재감을 각인시킨 스타 플레이어가 드러난 것도 아니어서 ‘우뚝 솟은 봉우리 사이의 골짜기’처럼 출발 때부터 주목받지 못했던 팀이다. 2003년과 2004년 출생 선수가 주축인 이번 대표팀에는 2017년 대회의 이승우(수원FC)나 2019년 대회 ‘골든 볼’ 주인공 이강인(레알 마요르카)처럼 기량이 출중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았다. FIFA 주최 연령별 대회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거의 취재진을 파견하지 않을 정도로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 일각에서는 ‘광탈’(광속 탈락)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이 잠재력이 있는데도 인정받지 못해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보란 듯이 4강까지 올라갔다. 상대팀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원팀을 이뤄 승리를 일궜다. 세트 플레이는 날카로웠고, 공격수들 몸놀림은 차분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이목이 쏠리는 선수가 속속 드러났다. ‘골짜기 세대의 반란’이 아니고, 실력으로 성과를 보여준 본보기다.

한국 축구에서는 1983년 박종환 감독의 세계청소년선수권(현 U-20 FIFA 월드컵) 대표팀을 두고 처음으로 ‘골짜기 세대’라는 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4강 신화’를 썼다. 2016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 평가를 받았다. 이전 세대보다 선수들 이름 값이 떨어져 ‘골짜기 세대’라는 별명도 따라붙었다. 신 감독은 ‘역대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카타르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해 당시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판정승이 없는 축구는 골이라는 결과가 말해준다. 선수들의 이름 값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경기 상황에 맞게 그라운드를 지배할 선수가 필요하다. ‘골짜기 세대’라며 무시당했던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축구 미래를 밝히는 ‘황금 세대’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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