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내일의 기획자가 되기까지

김태유 청년문화 기획자 2023. 6.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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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유 청년문화 기획자

2022년부터 선배들이 후배 그룹의 문화 기획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자비로 펀딩을 해서 그 해에 전국에서 두각을 드러낸 문화 기획자들 중 2명을 선발해 상금과 함께 시상을 하는 내일의 기획자 어워즈를 만들었다. 내가 2023년 최종 후보 4인에 들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후, 평소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고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 직접 와서 인터뷰도 진행했다. 내일의 기획자 시상식이 있던 봄날, 전국에서 활약하는 문화 기획자들이 전남 광양으로 모였고 최종 후보 4인의 활동 사례를 나누었다. 이미 우리의 인터뷰 내용과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선배들이 후배들의 활동을 조명해 주고 퍼뜨려 주기 위한 수고가 느껴져 감탄했다.

어느 정도 시간을 지역에서 버텨온 문화 기획자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어서, 그래야 내일의 기획자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는 문화 기획자들이 나올 수 있다는 심사평과 함께 오랜 시간 칠곡인문마을에서 버텨온 이유미 대표와 ㈜진한컴퍼니의 대표인 내가 수상하게 됐다. 사실, 애써 참았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추천을 해줬고 평소 존경하고 닮고 싶은 나의 롤 모델들인 선배들이 주는 상이라 감동은 남달랐다. 그동안의 시간을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은 기분이라 지쳐있던 내게 한 번 더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느낌이었달까?

시상식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김동현 매니저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걸었다. 진한컴퍼니의 시작부터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해준 가장 고마운 사람이었기에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나를 추천해 준 동료들에게 수상 소식과 함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 동료들이 나보다 더 기뻐하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잘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역에서 그동안 고생 진짜 많았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한 지역에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깊게 집중하는 문화기획자예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는데 이번 수상으로 잠시 쉼의 효과가 있었으면 해요.” 등의 말에 ‘아! 이 사람들이 나를 지켜봐 주고 있었구나. 나를 알고 있구나’란 생각에 감동이 남달랐다.

사실 주변 동료들이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내가 한 지역에서 8년을 활동하고 버텨온 것, 이 정도로 인정받기까지 매우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큰 상을 받고 나니 내가 뭔가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난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역에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주민들, 예술인들과 함께 기획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버텨온 내게도 원칙은 있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기획이라고 포장하지 말자!’, ‘문화 기획으로 돈 벌려고 하지 말자!’ 이 원칙들을 고수해 왔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선배들이 문화 기획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조급해 하지 마라!’, ‘다른 취미생활도 10년을 하는데 왜 문화기획은 1, 2년 이내에 결과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가?’ 나는 이 말을 믿는다. 그것은 선배들이 이룬 성과들에서, 내가 한 지역에서 8년을 버틴 것에서 검증되었다고 본다. 나는 100만 원짜리, 2000만 원짜리 공모사업에서 돈 벌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나는 사례비를 못 받아도 함께하는 동료들이나 예술인들, 심지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라도 꼭 책정해서 지급하도록 했다. 그런 것으로 사람들로부터, 기관으로부터,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았고 지금은 문화 기획자로서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있다. 수년을 지나 보면 조급하게 처음부터 “문화 기획으로 돈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던 사람들은 현장에서 사라지고 볼 수 없다.


활동가적인 마인드로 돈을 다 포기해야 하고 동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그릇된 행위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돈에 매달려 문화 기획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찌감치 다른 일을 하라고 하고 싶다. 문화 기획자가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먼저 일해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만 문화 기획으로 돈을 남겨야 하고 눈먼 돈이라 돈 벌기 쉽다고 생각하는 행태는 결국 문화 기획자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생태계 자체를 파괴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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