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우수 외국인해기사 확보 대책 서둘러야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2023. 6.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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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

지속가능한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3요소인 선박·선원·화물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최근 선원, 특히 우수한 해기사 확보에 세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2027년 외항상선은 현재보다 4000척 이상 증가한 6만6400척이 될 예정인데 세계적으로 해기사 부족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승선 2~3년 차에 80~90%가 해상 생활을 그만두는 청년해기사가 급격히 늘어나 극단적인 역삼각형 구조를 갖고 있다. 필리핀이나 인도에 비해 낮은 임금과 불리한 휴가제도, 육해상 간 커뮤니케이션 격차 등이 이유다.

근본적인 우리나라 청년 해기사 부족 위기요인은 극단적인 출생률 감소로 인한 청년인구 감소다. 출생아 수 100만 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현재의 교육시스템 하에서 과거에는 뛰어난 인재가 해양계 대학에 진학하고 해운기업은 승선예비역 제도를 활용해 큰 어려움 없이 우수한 해기사를 고용해 해기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20여만 명으로 줄어든 청년인구를 가지고 법률 의대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항공우주 엔터테인먼트 등 미래산업이라고 불리는 육상산업과 경쟁하면서 우수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의 해기사 육성시스템은 10년 뒤에는 지속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일한 외국인 해기사는 우리나라 해기사보다 임금이 낮았다. 선기장 이하의 직급에 주로 고용해 왔기에 우리 선박에서 양성한 우수한 외국인 해기사조차도 외국의 경쟁선사로 가고 저임금 외국인 하급 해기사만 남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해기사보다 더 저임금을 감수하는 우수한 외국인 해기사도 없고 승선예비역제도를 활용할 청년해기사 자원도 구하기 어렵다. 우수 외국인 해기사 확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해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우수한 해기사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경제성장과 함께 자국인 해기사와 외국인 해기사의 급격한 임금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일본은 1970년대 초반부터 외국인 해기사를 적극 활용해 왔다. 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우수한 아시아 출신 선원을 양성·확보하는 것이 일본 외항해운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일본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국가의 선원교육기관에 승선실습에 활용할 실습선 제공, 일본인 교수 파견, 선원교육기관에 장학금 제공 등의 노력을 해왔다. 나아가 선박 척수 증가에 따른 우수 해기사 확보를 위해 직접 양성기관을 설치하고 우수한 고졸자를 자국 해운에 필요한 해기사로 양성했다. 1998년 전일본해원조합과 일본선주협회가 노르웨이선주협회와 공동으로 필리핀에 정원 250명의 MAAP를 설립했고, 일본 최대선사인 NYK는 2007년 입학정원 120명의 NYK-TDG해양대학, MOL은 2018년 입학정원 300명의 MOL막사이사이해양대학을 개교했다. 3개 대학 모두 필리핀의 해기사양성교육기관으로서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지원자는 필리핀 해기사 양성기관 통일시험인 MSAP에서 상위권을 독점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들이고, 졸업생들은 안정적인 고용과 승진기회 보장으로 해당 일본선사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가 높다.


2025년 우리나라 외항선박이 1500여 척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외국선박을 관리하는 선박관리업을 고려하면 매년 2000여 명의 신규 해기사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초대형화, 자동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저임금의 질 낮은 해기사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우수한 해기사 확보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해운경제협력의 하나로 어학력과 적응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해기사 교육기관이 존재하고 장기승선에 대한 동기부여가 높은 필리핀 등에서 독자적인 해기사 양성기관을 설립·운영하고 이들을 우리 해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도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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