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전시] 맨해튼에 우뚝 선 6.5m 숯덩이 탑
미국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초대형 숯덩이 조각이 우뚝 섰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 록펠러센터 채널가든 광장.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 사이로 한국 작가 이배(67)의 작품 ‘불로부터’가 설치됐다. 줄로 칭칭 동여맨 육중한 숯덩어리 세 묶음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쌓은 작품이다. 높이 6.5m, 폭 4.5m, 무게 3.6t에 달한다.
록펠러센터 채널가든은 애니시 커푸어, 하우메 플렌자 등 세계 현대미술 거장들이 야외 작품을 선보여온 뉴욕 공공미술의 명소. 뉴욕을 상징하는 자리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것은 처음으로, 최근 달라진 한국 미술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7월 록펠러센터가 주최하는 ‘한국문화예술 기념주간’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부산 조현화랑이 ‘기원, 출현,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현대미술 특별전을 록펠러센터 채널가든과 링크레벨 갤러리에서 7월 26일까지 펼친다.
이날 개막식 후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만 300여 명이 몰렸다. “록펠러센터 설치작으로 대형 숯 조각을 구상한 계기”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이배 작가는 “사실 숯의 물질성은 조각의 재료로서 연약한 매체라 쌓고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며 “나무를 불로 태우는 격렬한 과정 끝에 탄생하는 숯은 자연으로의 순환이자 영원을 상징한다. 인류 문명의 가장 화려한 결과물인 초고층 빌딩과 대비를 이루면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재난과 재해, 전란을 치유하고 정화하려는 의미”라고 답했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캐나다 산불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며 “한국 예술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고, 해외 유명 갤러리가 서울에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는 지난 30년간 동양 수묵화의 정신을 재해석하며 숯의 표현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파리에서 작업하던 1990년 물감 살 돈이 없어 대신 헐값에 숯 한 포대를 산 게 시작이었다.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정월대보름 저녁이면 마을 뒷동산에 올라 달집 태우기를 하던 풍경이 떠올랐다고 했다. 지금도 청도에 있는 가마에서 직접 소나무 숯을 굽는다. 1000도가 넘는 가마에서 2주간 태우고 2주간 식히는 고단한 과정을 통해 소나무가 숯으로 변모한다.
이번 설치 작품은 작가에게도 이제까지 한 작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작가는 “3개 덩어리를 따로 전시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쌓아올린 것은 처음”이라며 “원래 계획은 9m 가까이 되는 조각이었다. 여건이 허락 된다면 더 높은 조각을 쌓고 싶다”고 했다.
실내 전시에는 이배 작가 외에도 단색화 거장 박서보, 한국계 작가 진 마이어슨 등 작품 70여 점이 전시됐다. 박서보 작품은 활동 시기별 ‘묘법’ 연작을 비롯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40여 점을 선보인다. 로비에서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윤종숙의 회화 3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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