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청년도약계좌 금리, 겨우 이정도?

김은정 기자 2023. 6.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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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이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장사로 올해 1분기에 7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모여있는 시중은행 ATM기 부스./뉴시스

“무려 5년을 부어야 하는 적금이라 가뜩이나 가입이 망설여졌는데 금리 수준을 보고 나니 더더욱 할 이유가 없어졌네요.”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출시하는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금리 수준이 지난 8일 공개되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 파격적인 금리를 기대했지만 그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베일을 벗은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고금리는 연 5.5~6.5%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연 6.5%)을 제외하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6%, 지방은행이 5.7% 안팎이었다. 일반 적금 금리에 비하면 높은데도 왜 이런 불만들이 쏟아지는 걸까.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 청년이 매월 70만원 내에서 적금을 넣으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과 이자 비과세 혜택을 합쳐 5년 만기 시 최대 5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대로 실행되려면 금리가 최소 연 6%를 넘어야 한다. 특히 5년짜리 장기 상품이라 ‘금리’가 흥행의 관건이다.

그런데 5대 은행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하한선’인 연 6%를 딱 맞췄다. 연소득 2400만원 이하여야 적용되는 저소득층 우대금리(0.5%포인트)를 빼면 실제로는 6%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는 기본금리는 연 3.5%로 낮게 설정하는 대신 조건부 우대금리를 2%포인트로 높게 잡는 꼼수도 썼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작년 2월 청년희망적금의 기본금리가 연 5%, 우대금리가 1%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사실상 다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첫 거래 조건이 거의 필수로 포함됐고 하나은행은 하나카드를 월 30만원 이상 3년간 사용해야 한다는 실적 조건을, KB국민은행은 자사 알뜰폰 요금제 가입 조건을 넣었다. 신한은행은 ‘30개월 이상 급여 이체 및 신한카드 결제’를 우대금리 항목에 넣었다.

사실 은행권에선 처음부터 이 상품에 불만이 많았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할 텐데 청년도약계좌 금리는 3년간 고정되니 은행 입장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란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은행으로 가입자가 몰려도 문제”라고 했다.

물론 민간 기업인 은행이 수익성을 따질 수는 있다. 하지만 고금리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7조원대의 역대급 순이익을 거두고도 금리에 너무 인색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 5대 은행이 작년에 ‘성과급 잔치’에 쓴 돈만 1조3823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역마진 부담을 호소하는 지금의 하소연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청년도약계좌의 최종 금리는 출시일(오는 15일) 직전 최종 확정된다.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사회적 책임을 의식해 통큰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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