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전문은행 도입한다더니 4개월 만에 흐지부지… 금융위, 대통령 앞 쇼였나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은행들이 이자수익만 추구하고, 예대금리 차로 과도한 수익을 올리며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 민간 전문가, 업계 관계자 등이 포함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태스크포스)’가 꾸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과점 문제를 비판한 지 일주일 만이었죠.
TF는 은행 보수 체계 개선, 해외 진출 확대 등 6가지 과제를 공개했습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은행업 인허가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환전 등 특정 고객이나 분야를 대상으로 한 전문은행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변화에 소극적인 평소 금융 당국 모습을 보면 꽤 파격적이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23년 만에 처음으로 2015년 설립인가를 받았는데 다시 8년 만에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할 새로운 은행이 출현할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다릅니다.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고,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던 결의에 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국내 여건상 챌린저 뱅크 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특정 분야만 취급하는 챌린저 뱅크는 외부 변수에 쉽게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3월 스타트업 특화 은행 역할을 하던 미국의 실리콘밸리뱅크(SVB)에 뱅크런이 일어나며 파산한 게 금융위가 혁신을 거부하는 좋은 구실이 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금융위는 이달 말로 예정된 TF 결과 발표에서 한발 물러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위의 혁신 의지가 꺾인 데 대해 금융권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은행권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처럼 하더니 3~4개월 만에 복지부동하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죠. 혁신을 도입할 땐 당연히 신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TF 발표 이전에도 충분히 고려됐을 법한 문제인데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는 건 시장과 업계에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앞서 금융위의 결연했던 의지가 대통령실 눈치 보느라 취했던 ‘할리우드 액션’이 아니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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