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78> 초여름 비 그친 하루의 일을 시로 읊은 손곡 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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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을 뒷마을에 비가 그쳐 개니(村南村北雨晴初·촌남촌북우청초)/ 집 아래 외밭을 직접 호미로 매네.
/깊은 골목 해가 길어 할 일 없다 보니(深巷日長無箇事·심항일장무개사)/나무그늘 아래로 평상 옮겨 아이 공부 시키네.
위 시는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의 '장사 사또의 능주 별서에서 사계절을 시제로 짓다(題長沙倅綾陽幽居四時·제장사졸릉양유거사시)'로, 그의 문집인 '손곡집(蓀谷集)' 권6에 있다.
평상을 나무 아래 그늘로 옮겨 아이에게 공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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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을 뒷마을에 비가 그쳐 개니(村南村北雨晴初·촌남촌북우청초)/ 집 아래 외밭을 직접 호미로 매네.(舍下瓜田手自鋤·사하과전수자서)/깊은 골목 해가 길어 할 일 없다 보니(深巷日長無箇事·심항일장무개사)/나무그늘 아래로 평상 옮겨 아이 공부 시키네.(樹陰移榻課兒書·수음이탑과아서)
위 시는 손곡(蓀谷) 이달(李達·1539~1612)의 ‘장사 사또의 능주 별서에서 사계절을 시제로 짓다(題長沙倅綾陽幽居四時·제장사졸릉양유거사시)’로, 그의 문집인 ‘손곡집(蓀谷集)’ 권6에 있다. ‘손곡집’은 6권 1책으로, 이달의 제자 허균이 엮었다.
초여름 가난한 선비의 삶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묘사한 시이다. 온 마을에 비가 그쳐 밭에 풀이 많이 올라왔다. 집 아래 외밭을 직접 맨다. 그는 이수함(李秀咸)과 관기(官妓) 사이에서 태어났다. 서얼이었으므로 과거를 볼 수 없었다. 한때 한리학관(漢吏學官) 등의 벼슬은 했다. 그렇게 살았으니. 약간의 농사는 직접 지었다. 계절은 지금쯤이다. 해가 길다. 평상을 나무 아래 그늘로 옮겨 아이에게 공부시킨다. 요즘은 아이가 공부에 별 소질이 없을 것 같으면, 다른 재능을 찾아주려는 부모가 많다. 그때는 아이가 공부하도록 하는 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달은 젊은 시절 정사룡에게서 두보와 소식의 시를 배웠고, 특히 소식의 시를 좋아했다. 이후 박순의 문하에서 시를 배우며 당시풍(唐詩風)으로 시풍이 변했다. 이수광 한호 고경명 양대박과 친하게 지냈다. 그와 비슷한 당풍(唐風)으로 시를 쓴 최경창 백광훈과 시사(詩社)를 맺어 어울렸다. 이들을 삼당시인(三唐詩人)이라고 불렀다.
그제 밤 지리산에도 비가 내려 어제 아침에 그쳤다. 이달의 시를 읽었다. 그가 목압서사 위쪽에 있는 ‘청학동’(불일폭포 일원)을 찾아 폭포 위에 있는 ‘불일암(佛日庵)’을 소재로 읊은 시 “절은 흰 구름 속에 있는데(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중은 흰 구름 쓸지 아니하고(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손님 와야 문 열리고(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골짝마다 송홧가루 날리네.(萬壑松花老·만학송화로)”도 좋아한다. 필자가 외우는 시 중 한 수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이달의 시편을 자주 읽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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