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교육 평준화의 희생양
몇 년 전 필자는 서울시내 모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문화재’를 주제로 자유학기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비록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걸친, 그것도 단 하나의 학교에서 2개 학급만의 경험이었지만 필자는 자유학기제 실전 경험을 통해 현재 국공립 중등교육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자유학기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기 위해 중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참여형 수업을 실시하고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학기제 경험 전, 필자의 교육 대상은 거의 일반 성인들이었다. 간혹 몇몇 학교에서 특강 요청이 있었지만 대부분 일회성 강의라는 예외적 사례였다. 그런 탓에 자유학기제를 교육현장에서 직접 진행해 보기 전, 필자는 자유학기제가 학교 시험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기가 선택한 과목을 자유롭게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으니 학생들에게 참 좋은 제도이고 학생들도 환영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려는 소수의 학생들이 있었지만 학생의 절반 이상은 아예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2, 3명은 수업 내내 강의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그들로 인해 수업은 여러 차례 도중에 끊겼고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는데, 시험이나 과제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과목도 이 정도라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러야 하는 다른 일반 과목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려던 소수의 학생들이 측은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어쩌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해야 하니?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교육 평준화의 폐해’였다. 이것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학생 태도의 문제다. 즉, 지성의 문제가 아니라 덕성의 문제다. 공부에 전혀 의지가 없는 학생들의 짐을 왜 일부 선량한 학생들이 대신 져야만 하나.
필자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있는 학생과 그런 의욕이 전혀 없는 학생을 무작위로 한데 묶는 ‘평준화 만능주의’를 반대한다. 공부를 제대로 해 보려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받을 최소한의 기회마저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을 처음부터 가려 뽑아 학교별로 차별화하는 ‘비평준화’ 방식에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국민 편 가르기에 다름 아니다. 평준화를 지향하되 그 속에서 학업 의지별, 능력별, 수준별로 교육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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