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교사의 전문성과 역할

▲ 배덕진 남춘천중 교장

교직을 전문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두말할 나위 없이 전문직이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교사의 전문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회가 그 전문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 다른 하나는 교사 스스로 전문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평가를 예로 들어보자. 교사가 학생을 평가하면 다른 사람이 그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야 한다. 시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전문성이 보장된다. 교사가 임의로 점수를 조금이라도 올리거나 내리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다. 우리 사회는 교사에게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사가 고의로 평가 결과를 조작하는 것은 엄격하게 처벌하더라도 일단 교사의 전문성을 기초로 한 평가 결과를 인정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면 교사는 거기에 합당한 처신을 할 것이다. 교사의 전문성은 다른 지식인의 전문성과 확실한 차이가 있다.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세밀한 관찰이 없으면 실력만으로 전문성을 갖출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다른 전문직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 교사를 한명 채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교과 내용에 대해 정말 잘 아는 데 가르치는 방법이 신통치 않고, 다른 한 사람은 잘 가르치지만 교과 내용을 완벽하게 모른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잘 알아야 잘 가르치지 않을까? 그런데 잘못된 교과 내용을 기가 막히게 가르친다면 잘못 가르친 것보다 안 좋은 것은 아닐까?

교사는 일차적으로 가르칠 내용을 잘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좋은 교수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세다. 처음엔 잘 모르고, 서툴더라도 정말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확실하면 몇 년 안에 발전한다. 반면 능력이 출중하고 가르치는 방법이 좋아도 학생을 사랑하지 않고 가르치는데 즐거움이 없다면 처음에는 좋은 교사였더라도 학생들의 마음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공교육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사들이 어려운 것을 잘못 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라 교육의 기본이 무너졌다는 데 기인한다.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기보다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핵심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의 기본이다. 따라서 기본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사를 통한 바른 교육의 실현으로 공교육의 위기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학생들을 관찰하면 개개인의 특성을 알게 되고 수업에 대한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법은 학생들의 소질과 재능을 발견해 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좋은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넣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의 재능이 잘 피어나도록 물주고 키우는 농부와 같은 마음으로 가르치는 사람이다.배덕진 남춘천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