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헛웃음 나오는 中 대사의 ‘언론의 자유’
비판한 佛 언론에 되레 책임 전가
中, 내달부터 반간첩법 더욱 강화
언론의 자유 침해 가능성 더 커져
“텔레비전에서 제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논의할 수 있다. 저를 공격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언급이었지만, 과거 소련에 속했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발트 3국은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나란히 초치하는 등 격분했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중국 외교부가 나서 “소련 국가들의 주권국가 지위를 존중한다. 관련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잠잠해지나 싶더니 루 대사가 다시 방송에 나와 “프랑스 방송국은 저를 비판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위 중국 전문가들을 초대했고, 그들은 저널리즘 윤리를 위반했다”며 언론에 책임을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루 대사는 “토론회는 내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있는지에 대한 것을 다뤄야 한다”며 언론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언론의 자유를 그렇게까지 중시하는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조금이라도 침범당하면 “불에 타 죽는다”는 험한 발언으로 타국을 협박한다. 친강(秦剛)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근 열린 포럼 연설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며 강경 메시지를 냈다. 외교부 대변인들 역시 대만 문제가 나오면 이 같은 발언을 반복한다. 중국 대사는 자국보다 월등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외국에서 그 나라의 주권을 건드린 후에도 “개인적인 생각을 누군가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당당하게 말하면서 말이다.
외국 기자의 활동에도 중국에선 제약이 가해진다. 톈안먼 광장에 특파원들이 입장하려면 신분증(여권과 비자)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공안들이 계속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시간을 끌다 결국 돌아가게 만든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출입을 금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가족들과 베이징 동북쪽에 있는 허베이성 친황다오를 찾았을 때는 호텔 방까지 직접 공안이 찾아오기도 했다. 기차로 2시간 걸리는 지역으로 전·현직 지도부가 여름철 휴가 기간 비밀회의를 여는 베이다이허 부근이다. 호텔 측에서 체크인할 때 특파원 신분을 확인한 뒤 공안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잠시 외출 후 돌아오니 공안이 방에 들어와 왜 왔는지, 언제 왔는지 등을 확인했다. 베이징에 돌아가는 표가 예매된 것을 확인 후 돌아갔다. 북한과 맞닿은 랴오닝성 단둥 등에서는 특파원이 기차역이나 공항에 도착하면 공안이 따라붙고, 호텔 옆 방에 묵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제는 중국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7월부터 개정 방첩법(반간첩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간첩법은 빼돌리면 처벌받는 기밀의 범위에 ‘기타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 물품’을 포함시켜 ‘비밀’로 분류되지 않은 어떤 정보라도 유출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간첩 행위 단속을 위한 행정 당국의 법 집행 관련 직권을 확대해 데이터 열람, 재산 정보 조회, 출입국 금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사관이나 기업 관계자들조차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을 만나 업무 관련 얘기를 한 것만 가지고도 중국 당국이 처벌하려면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중국의 탈무드라 불리는 고전 채근담(菜根譚)에 ‘이춘풍대인, 이추상대기(以春風待人, 以秋霜待己)’란 말이 나온다. 춘풍(봄바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고 추상(가을서리)으로 자신을 대하란 뜻이다. 외부에 날 세우고, 자신에겐 관대한 외교정책을 펴는 중국이 곱씹어야 한다.
이귀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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