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찍어낸 집’ 편견 걷어내면 ‘친환경 건축’ 미래가 보인다
공장서 기본골조·벽면 생산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
건설기간 35~44% 줄일 수 있어
“주말 상담을 12팀까지 받고 있는데 현재 2주 이상 주말 상담이 꽉 찬 상태입니다.” 지난 8일 충남 당진 ‘자이가이스트’ 생산공장에서 만난 이준영 책임은 “생산공장이 접근성이 좋은 곳이 아닌데도 멀리서 많은 분들이 모듈러 주택을 보러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책임은 “땅을 갖고 있는 분들 중 단독주택에 관심 있는 분들이 주 타깃층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현재 집지을 땅을 갖지 않고 있지만 향후 단독주택을 짓고 살 계획이 있는 분들까지 모듈러 주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GS건설이 지난 4월 자이가이스트의 ‘B2C’(기업와 소비자 간 거래) 진출을 선언한 지 불과 한 달여 사이 샘플하우스 상담 누적 방문객만 800여팀을 넘어섰다.
‘자이가이스트’는 GS건설이 내놓은 모듈러 단독주택 브랜드다. GS건설은 2020년 국내 대형 건설사로서는 처음으로 모듈러 단독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1월 당진 목조 모듈러 생산공장 부지에 주력 모델인 35평형과 54평형 2가지 타입의 샘플하우스를 완성했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까지 갖춰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B2C 영업에 들어갔다. 대지면적 3만3000㎡ 규모의 당진 생산공장에서는 프리팹 방식을 통해 연간 300채까지 목조 모듈러 주택 생산이 가능하다. 프리팹이란 ‘Pre-fabrication’(조립식 건축물)의 약자로 부품을 사전 제작해 운송한 뒤 현장에서 완성하는 공법을 말한다.
내외장재 등 각종 건축기술 집약
투자 비용 높아 당장 돈은 안 돼
GS건설 입장에서 모듈러 주택은 당장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흔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집’이라는 인식과 달리 모듈러 주택은 다양한 건축기술이 집약돼야 한다. 연구를 거듭해야 하는 만큼 투자비용이 높다. 모듈러 주택은 집의 기본골조와 벽면을 모두 공장에서 생산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골조공사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기존 공법 대비 35~44%까지 줄일 수 있다. 설계와 인허가 기간을 제외하면 2개월 안에 집 한 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건설기간이 짧으면 단가도 낮아야 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건설기간에 비해 고가다. 한 번에 수십~수백 채를 지을 수 있는 방식도 아니다. 공장 라인이 전부 돌아가면 빠른 생산이 가능하지만 당장은 박리다매가 가능한 상품이 아닌 셈이다.
현재 자이가이스트가 선보이고 있는 샘플하우스의 건축비는 시스템 에어컨 등 내부자재를 제외한 기본형 기준으로 35.9평(1층 53.44㎡+2층 65.28㎡)이 2억5500만원이다. 54.9평(1층 104.77㎡+2층 76.71㎡)의 가격은 3억9900만원에 달한다. 3.3㎡당 건축비만 600만~700만원 수준이다. 설계를 변경할 경우 132.3㎡(40평) 미만 기준 880만원의 설계비가 정액으로 들어간다. 모듈러 주택은 비교적 고정된 유닛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제한적이지만 건축주의 취향 및 선호에 따라 방 구조를 변경하거나 중정을 없애고 거실 공간을 확장하는 등의 설계변경이 가능하다.
기존에 주택을 지을 토지가 있는 사람의 경우 118.7㎡ 규모의 모듈러 주택 한 채를 짓기 위해서는 3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생산하는 집이 왜 이렇게 비싸”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물론 콘크리트를 깔고 철근을 배근해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전형적인 단독주택 건설방식과 비교하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구자석 자이가이스트 충남 당진 공장장은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외국과 달리 목조 모듈러 주택에 들어가는 자재, 내장재 사용이 까다롭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에서 생산되는 모듈러 주택의 벽체 두께는 26~27㎝에 달한다. 콘크리트를 채워넣는 일반 아파트 벽체 두께 수준이다. 하나의 패널(벽체) 안에는 다양한 내·외장재가 촘촘히 들어간다. 단순한 합판 벽체가 아닌 것이다. 집 안쪽 벽면을 구성하는 벽체에는 단열제와 구조용 합판, 드레인랩, PF보드, 레인스크린, 락보드 등 6개의 내장재가 들어간다. 외벽은 추위와 더위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가변형 투습방수지, 구조제, 석고보드 등을 겹겹이 붙여 만든다. 각 내·외장재는 여름철 습기를 잡아주는 동시에 겨울철 추위를 잡아 우리나라 특유의 계절 변화에 집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건설업계에 집약된 건축기술이 모듈러 주택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탄소 배출·소음·분진 최소화 가능
ESG 경영 위해 필수불가결 사업
모듈형 주택에 대한 선입견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흔히 모듈형 주택이라고 하면 집의 임시 대체시설 또는 컨테이너 건물을 떠올린다. 화재 등 안전에 취약하고, 유해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건물이라는 인식도 크다.
건설업계는 그러나 모듈러 주택 사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국내외 건설사들은 기후위기에 맞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각종 원자재 및 건축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모듈공법은 제조단계에서부터 자재의 오차 없이 딱 맞게 납품이 가능하고, 현장에서의 공사기간을 줄여 소음과 분진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각 모듈은 재사용이 가능해 별도의 폐기물 처리비용이 들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준영 책임은 “자이가이스트의 목조 모듈러 주택은 미래를 보는 사업”이라며 “현재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스틸 모듈러 방식과 목조주택의 시공 노하우를 결합해 향후 하이브리드 방식의 중층형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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