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도 몰라본 신분증 사진... 美선 ‘머그샷’ 공개한다 [만물상]

최원규 논설위원 2023. 6. 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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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호주 경찰이 40대 여성의 머그샷(mug shot·범죄자 인상 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했다.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그와 연락이 끊기자 지명수배에 나서면서 소셜미디어와 지역 언론을 통해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숨 막힐 듯한 외모” “내 마음을 훔쳐 수배 중”이란 댓글이 쏟아져 언론사들은 댓글 창을 닫아버렸다. 그래도 얼굴이 화제가 되자 그는 공개 하루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머그샷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머그샷은 범인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의 은어다. 머그는 큰 잔이란 의미도 있지만 얼굴의 속된 의미로도 쓰인다. 우리말로 ‘낯짝’ 정도 되겠다. 이 제도를 대표적으로 시행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19세기 서부 개척 시대 현상수배범 공고를 위해 만든 관행이 굳어졌다고 한다. 미국은 어떤 범죄건 피의자가 되면 머그샷을 공개한다. 가수 마이클 잭슨은 아동 성추행 혐의로, 빌 게이츠도 1977년 난폭 운전으로 머그샷을 남겼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2017년 음주 운전 혐의로 머그샷이 공개됐다.

▶우리도 머그샷을 찍지만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는다.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 인권 보호 때문이다. 다만 흉악범으로 법에 따라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피의자가 동의했을 때 공개한다. 동의하지 않으면 신분증 사진을 공개한다. 2019년 경찰이 법무부 유권해석을 받아 이렇게 운영하고 있다. 예외에 예외를 더했으니 머그샷 공개는 드물 수밖에 없다. 2010년 신상공개 제도가 시행된 뒤 머그샷이 공개된 건 2년 전 ‘서울 송파 일가족 살해 사건’ 범인 이석준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다.

▶문제는 공개된 사진과 실제 얼굴의 괴리다. 최근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은 주민등록증 사진이 공개됐는데, 고교 동창도 못 알아볼 정도였다. 소환할 때 사진이 찍히게 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2019년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리는 이른바 ‘커튼 머리’로 출석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귀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을 유튜버가 공개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법이 금지한 일종의 사적 제재다.

▶흉악 범죄가 잇따르면서 ‘머그샷 공개법’을 추진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법안도 이미 국회에 발의돼 있다. 피의자 인권도 중요하다. 하지만 피의자 사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 신상 공개를 결정해 놓고 머그샷 공개를 제한한 건 이율배반처럼 보인다. 신상공개 목적 중 하나가 ‘여죄(餘罪) 신고’에 있는 만큼 현재 얼굴을 그대로 공개하는 게 옳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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