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채무자 부실 위험 ‘10배’ 높다

유희곤 기자 2023. 6. 11. 21: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월 취약차주 잠재부실률 23.6%
부실률 상승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
절반이 제2금융에…고금리 타격

신용점수와 소득이 낮고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이 올 2월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10배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취약차주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신용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이 느끼는 빚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11일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열린 ‘한국 부채의 진단과 해결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 2월 기준 취약차주의 잠재부실률은 23.60%로 전체 가계대출 차주(2.45%)의 9.6배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취약차주의 잠재부실률(20.86%)이 2.74%포인트 오르는 동안 전체 차주(2.22%)는 0.23%포인트 상승에 그쳐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이는 나이스평가정보가 보유한 전체 가계대출 차주 1985만명 내역 중 임의 추출한 100만명을 분석한 결과다.

취약차주는 신용점수가 700점 이하면서 소득 하위 30%에 속하거나 3개 이상 금융기관에 채무가 있는 다중채무자를 뜻한다. 잠재부실률은 전체 대출잔액에서 30일 이상 연체된 채무잔액 비율로, 연체율(90일 이상 연체채권의 비중)의 선행지표로 이용될 만큼 대출 부실 징후를 먼저 포착하는 자료로 쓰인다.

취약차주의 업권별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저축은행이 약 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카드·캐피털·보험이 15% 안팎이었고 은행과 상호금융은 5% 수준이었다. 취약차주 대부분은 2금융권에 대출을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품별로는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취약차주 비중이 약 11.5%로 가장 많았고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이 10%로 나타났다.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2~3%대 수준이었다. 신용점수나 소득이 낮은 차주는 전체 차주와 비교해 주택 등을 담보로 대출받기 어려워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또 2년 전부터 시작된 이번 금리 인상기에 20~30대 대출 규모는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고, 고소득층의 이자 부담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계층이 ‘영끌’ ‘빚투’에 대거 동참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자 상승기에 빚을 줄이는 디레버리징(부채축소) 현상은 상대적으로 중장년층과 고소득층에서 발생했다.

한국은행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차입(대출) 규모를 확대한 차주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23.7%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30대(23.5%), 20대(20.9%), 50대(18.6%) 순이었다.

차입을 줄인 차주의 구성을 살펴봐도 40대, 50대 비중이 25.0%로 동일하게 가장 컸고 이어 30대(19.0%), 60대(15.4%) 순이었다. 20대 비중은 10% 미만(9.5%)에 그쳤다. 이 기간 소득에서 갚아야 할 돈의 비중도 저소득층에서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소득 분위별 변화를 보면 1~3분위 차주 30% 이상은 DSR이 5%포인트 이상 늘었지만 5분위(소득 상위 20%)에서는 21.8%만 DSR이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경주 |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