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꽉 막힌 중도층 확장…김기현호 ‘이 길이 맞나’
“이준석·안철수 내치며 중도층 비호감도 높아져” 분석
서병수 의원 “대통령에 물개박수만 친다고 여당 아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악재에도 당 지지율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시민단체·노동조합 때리기로 보수층 지지율은 끌어올렸지만 정책과 인물에서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스스로 제약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통령에 물개박수만 친다고 여당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중진 의원의 내부 비판도 11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설문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1%로 직전 조사인 2주 전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전보다 1%포인트 내린 26%였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인식은 ‘정부·여당 지원’과 ‘정부·여당 견제’가 각각 43%로 동률이었다. 2주 전엔 양쪽이 모두 46%로 같았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 이어 지난 5일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혁신위원장 임명 논란 등 연거푸 악재를 겪었지만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외연 확장이 돼야 하는데 중도층, 무당층, MZ세대(20·30대)를 끌어들일 요인이 없어 보수 진영에 갇힌 상태”라고 진단했다. 배 소장은 “이동관, 김문수 이런 분들이 뉴스를 장식해선 (지지율 제고가) 어렵다”며 “새로 뽑힌 최고위원도 김가람이 아니라 (친이준석계 당대표 후보였던) 천하람 정도의 파격이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대선 때 중도·보수 연합이었는데 이준석 전 대표와 결별하면서 20·30대가 떠나고, 지난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배제하면서 중도층이 떠났다”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이 중도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내쳤기 때문에 중도층 비호감도가 높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런 민주당과 엇비슷한 수준의 지지율로 엎치락뒤치락한다는 게 부끄럽다”며 “요즘 (듣는 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력한 집단도, 가장 한가한 집단도 국민의힘이란다”고 적었다. 그는 “명색이 집권 여당인데 무엇 하나 끌어낸 어젠다가 있던가”라며 “우리 대통령이 외교를 잘한다고 물개박수만 친다고 역할을 다하는 게 아니다”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9일 김기현 대표가 당 상임고문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지적이 나왔다. 한 상임고문은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에 악재가 쌓여가는데도 여론조사가 비슷하거나 뒤지는 경우도 있으면 원인이 뭔지 정확히 성찰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현역 의원들이 나와 대표를 보좌하고 당을 올바로 이끌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총선 채비에 나섰고, 9일 태영호 전 최고위원 사퇴로 치른 보궐선거에서 호남 출신 김가람 최고위원을 선출해 지도부도 재정비했다. 오는 15일에는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시간이 흐르면 당 지지율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지지율 정체로 보이진 않는다”며 “조금 시간 차를 두고 당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미덥·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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