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고기 잡으며 살았는데…어부 일은 끝났다고 봐”[‘오염수 방류 임박’ 불안 확산]

박미라 기자 2023. 6. 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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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염수는 전 세계의 문제
바다에 방류한다니 답답”
해녀들도 철회 시위 나서
해수욕장 상인들도 시름
수산업·관광업 등 ‘악재’

“정부는 일본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뿌리면 몇년 걸려 제주에 온다고 하지만, 우리는 방출과 동시에 제주 어부는 끝났다고 봐. 그냥 어부 일은 손 놔야지.”

제주시 도두항 어촌계 사무실 앞에서 지난 8일 만난 김모씨(77)가 정박한 배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김씨는 “어부로 50여년을 살아왔고 최근엔 한치잡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유난스럽게 줄어든 한치 어획량 탓에 이날 조업을 나갈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어획량 감소로 심란한 상황에서 원전 오염수 방류 이야기가 더해지자 그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김씨는 “오염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문제일 텐데 꼭 바다에 방류해야 하나. 기술 좋은 세상 살면서 그런 것도 연구 안 하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직접 채취하는 해녀들 역시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지난달 22일 도두어촌계와 해녀 등 150여명은 도두항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 철회를, 만약을 대비해 피해보전특별법 제정 및 특별재난구역 지정과 같은 정부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해수욕장 등을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5세 아들과 모래놀이를 하던 문모씨(40)는 “원전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찜찜해서 아이를 데리고 바다에 오는 게 고민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테우해수욕장 인근에서 20여년간 횟집을 운영해온 강모씨는 “정부가 (방사능 검출 여부를) 검사한다고 하니까 지켜보기는 하는데 해녀뿐 아니라 제주 수산 관련 분야에는 모두 안 좋을 것이 분명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제주도가 지난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3.4%가 ‘오염수 방류 시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산 수산물 소비 감소폭은 평균 49.1%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48.6%가 오염수 방류 때 제주여행 관련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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