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영상에 ‘尹대통령’ 자막... MBC, 홈피엔 사과없이 슬쩍 고쳐놨다
MBC가 낮 뉴스 토크 프로그램에서 KBS 김의철 사장을 화면에 띄우고 하단 자막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사용하는 방송 사고를 냈다. MBC는 별다른 사과 없이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원고를 다시 읽은 녹화본을 올렸다. MBC 내 소수 노조인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기강 해이이자 언론의 도덕성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11일 MBC 등에 따르면, MBC 뉴스외전은 8일 자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반도체 국가전략회의 때 나온 발언을 3문장짜리 단신으로 전했다. 단신 원고를 읽은 안모 아나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라면서 ‘민관 즉 민간과 정부가 원팀으로 머리를 맞대고 도전과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 두 번째 문장에서 안 아나운서는 갑자기 “김 사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어, ‘전임 정권에서 사장으로 임명된 제가 문제라면 제가 직을 내려놓겠다’며 이같이 밝히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동정을 전하는 단신 원고를 미처 다 읽기 전에, 그 뒤에 전할 예정이었던 KBS 김의철 사장의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기자회견 원고를 먼저 읽어버린 것이다.
안 아나운서의 오독 뒤 MBC는 방송 화면을 곧바로 김 사장 기자회견 현장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 때 하단 자막으로는 윤 대통령의 반도체 국가전략회의 때 발언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안 아나운서는 이후에도 단신 원고를 혼동한 듯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은”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이런 방송 사고가 1분 가까이 생방송으로 송출됐다.
안 아나운서나 뉴스외전 진행자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이날 방송을 마쳤다. 11일 현재 MBC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에서는 방송사고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없다. 대신 안 아나운서가 단신 원고를 정상적으로 읽은 오디오 편집본이 올라와 있다. MBC 제3노조는 이를 두고 “우리 회사의 총체적인 기강해이”라고 비판했다.
제3노조 측 관계자는 “방송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지만, 사고가 나면 간략하게 설명하고 사과하는 게 원칙”이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녹음해서 인터넷에 끼워 넣은 것은 도덕성의 문제”라고 했다. MBC 측은 “담당 아나운서가 뉴스 원고를 잘못 읽어서 일어난 방송사고”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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