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뿌린 듯…제주는 지금 ‘메밀꽃 필 무렵’
안정적인 2기작 위해 국산 품종으로 재배 점차 늘려
제주 북동부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인 와흘리. ‘메밀마을’이라는 별칭답게 와흘메밀마을 체험힐링센터 앞 광장에는 지난 7일 ‘소금을 뿌린 듯’ 흰 꽃으로 뒤덮인 메밀밭이 펼쳐졌다. 이곳만이 아니다. 제주 오라동에서는 99만여㎡ 대지를 수놓은 메밀꽃을 볼 수 있다.
메밀을 언급하면 자연스레 이효석 작가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배경인 강원 평창 봉평이 떠오른다. 하지만 국내 최대 메밀 주산지는 다름 아닌 제주다. 메밀을 국산 품종으로 바꾸고 지역특화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제주도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메밀을 특산화하고자 성산과 표선, 한림, 애월, 안덕 등 6곳에 메밀 2기작이 가능한 국산 품종인 양절메밀 채종단지 30㏊를 조성했다고 11일 밝혔다. 이곳에서 생산된 종자는 제주지역 메밀농가에 공급된다.
제주는 2021년 기준 메밀 재배 면적 1426㏊, 생산량 1127t으로 전국 대비 각각 66.4%, 57.3%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다. 제주에서는 온난한 기후 덕분에 봄과 가을에 걸쳐 메밀 2기작이 가능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봄부터 제주 곳곳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 메밀꽃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제주도 관계자는 “봄메밀은 4~5월 파종하면 5월 하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6월 말, 7월 초에 수확하고 가을메밀은 8월에 파종해 9~10월 꽃을 즐길 수 있다”면서 “메밀은 최저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돼야 발아하는데 제주는 봄철 기온이 높아 봄에도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에서 재배되는 메밀 대부분은 생산성이 낮고 잡초가 혼입, 수입되는 외래종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기존 제주의 재래종 메밀은 품종 특성상 가을에만 재배가 가능해 2기작을 하려면 외래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는 이에 메밀의 안정적인 2기작을 위해 2021년부터 제주지역 메밀 종자를 국산 품종인 양절메밀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해왔다. 양절메밀은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1년에 2기작을 할 수 있는 데다 기존 외래종에 비해 생산량이 15% 많으며 가공에도 알맞다.
제주도가 양절메밀을 보급한 결과 2020년 0.9%에 불과했던 제주지역 국산 품종 비율은 2022년 11.7%까지 올랐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국산 품종 보급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생산성이 높은 국산 메밀 보급률이 높아지면 제주는 국내 최대 메밀 주산지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메밀 수요가 크게 늘면서 판매단가도 인상돼 재배농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메밀을 지역특화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기계파종과 안정저장 등을 연구하고 있다. 외부공모를 통해 메밀국수 건면과 메밀커피 등 가공상품 개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2기작이 가능한 만큼 메밀을 주제로 한 축제도 봄과 가을에 걸쳐 두 차례 열린다. 와흘 봄 메밀문화제가 지난 2일부터 시작해 오는 18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와흘메밀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열린다. 제주 오라동에서도 메밀 축제가 오는 25일까지 진행된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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