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게 없다, 물난리 무방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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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부산의 상당수 침수 재해 방지시설이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몇 년 전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아직 피해 방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수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도 저류지 설치가 더딘 상태다.
2015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이곳은 2025년은 돼야 침수 대비 시설인 ▷덕천 배수펌프장 신설 ▷구포 배수펌프장 증설 ▷관로정비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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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군 수해대비 공사 하세월…침수위험 11곳 중 완공 0곳
현재 상태로 장마철 버텨야
올여름 엘니뇨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예보된 가운데 부산의 상당수 침수 재해 방지시설이 여전히 착공조차 못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몇 년 전 침수위험지역으로 지정됐는데도 아직 피해 방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한 것은 물론 수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도 저류지 설치가 더딘 상태다. 부산시와 각 구·군은 토목 공사 특성상 예산 확보와 설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이다.
11일 부산시에 따르면 폭우로 인한 위험이 우려되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14곳 중 11곳이 침수위험지구이다. 나머지 2곳은 해일위험지역, 1곳은 취약방재시설이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침수위험지구 11곳 중 올여름까지 수해 대비 공사가 완료된 곳은 없다. 취약방재시설에 포함되는 북구 대천천이 유일하게 이달 말 공사가 완공될 뿐이다. 침수위험지구 11곳은 현재 상태로 이번 여름 장마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북구 덕천교차로다. 2015년 침수위험지구로 지정된 이곳은 2025년은 돼야 침수 대비 시설인 ▷덕천 배수펌프장 신설 ▷구포 배수펌프장 증설 ▷관로정비 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이 지연된 이유는 2020년 4월 한 차례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북구 관계자는 “일부 침수 방지 구조물이 하천 유지관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국토교통부가 하천점용허가 불가를 통보해 공사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0곳도 상황은 비슷하다. 침수위험지구인 동구 범일동 동천 일대에는 하천과 집이 인접해 있지만 침수를 대비할 대표적인 시설인 차수막도 하나 없는 상황이다. 5년째 동천 인근에서 거주 중인 주민 최모(73) 씨는 “2020년 하천이 범람해 무릎 높이까지 집에 물이 찼다”며 “올해도 그때와 바뀐 점은 없다”고 말했다. 동천 인근은 2020년 자성대 아파트 1층이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를 크게 겪은 곳이다. 동구는 이곳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예산 확보 등으로 2025년은 되어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침수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동구 초량지하차도 역시 수년째 침수 대비 시설 설치가 표류 중이다. 동구는 인근 지하에 저류지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 역시 부지 선정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2026년이나 되어야 완공될 전망이다.
구·군에서는 수해 대책이 토목공사를 수반하는 만큼 4, 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보통 사업 필요성 검토를 위한 용역을 하는 데만 1년이 걸리고, 예산 확보와 실시 설계 등을 진행하면 시간이 몇 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재해 방지 시설 예산을 우선 편성하는 한편 대규모 토목 공사가 아니더라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산대 추태호(토목공학과) 교수는 “수위측정센서처럼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을 먼저 도입해 시민의 안전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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