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BI 제복 만듭니다”…1000조원 시장 공략 나선 한국기업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3. 6. 11. 2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그룹 / 까스텔바작 사장 인터뷰
“미국 진출에 그룹 사활 걸어…전역량 투입”
LA 현지 정부조달 납품 공장 인수 ‘초읽기’
카렌 바스 LA시장 만나 긍정적 반응 얻어
“1000조 조달 시장 0.1% 확보가 목표”

“코로나19 때 이러다 회사가 사라질 수 있겠다는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았고, 그래서 찾은 답이 바로 미국 조달 시장입니다.”

형지그룹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41년 동안 이어온 가두점 기반의 3050 여성 패션 브랜드 사업과 교복 사업 대신 ‘해외 진출’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불투명하다는 절박함을 느낀 까닭이다.

형지그룹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는 미국에 시장에 있다. 이를 지휘하는 지휘관은 최병오 형지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준호 사장(39세·사진)이다. 지난 2011년 형지에 입사한 최 사장은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뒤 지난 2021년부터 그룹의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의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직함은 3개나 된다. ‘패션그룹형지 총괄사장’, ‘형지엘리트 사장’, ‘까스텔바작 대표이사’다. 그만큼 그의 어깨에 지워진 무게도 막중하다.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준호 사장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형지글로벌패션복합센터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최 사장은 현재 미 연방정부 조달 물품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의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조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최 사장은 “패션은 코로나와 같은 대외 변수에 너무 민감하다. 특히 형지의 포트폴리오는 패션에 치중돼 있어 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10년 전부터 미국 조달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형지의 미래 핵심 사업이 조달 사업이 될 수 있겠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 조달 사업은 대부분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매우 안정적이다. 단적으로 경기가 나빠졌다고 해서 정부가 군에 물품 지급을 줄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조달 물품은 대체로 납품 수량에 변동이 적고 물가 상승률이 단가에 착실히 반영되어 수익성도 높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중에서도 연 1000조 규모인 미국 조달 시장은 그 규모만큼이나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누구나 진입을 꿈꾸는 막대한 시장이지만 그동안은 중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어 한국 기업이 쉽게 도전장을 내밀지 못했다.

최 사장은 “미국 시장은 조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시장이지만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모른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보니 오랫동안 방법을 고심했고, 그러던 중 현지 인적 네트워트를 통해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희광 까스텔바작USA 대표의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LA시에 접촉했다. 최 사장은 “지난 달 LA 시 초청으로 관저에서 카렌 바스 LA시장을 접견했는데, 형지의 LA 진출에 매우 우호적이었다”며 “해외 자본이 현지에 투입되는 것이어서 LA시에서도 형지의 진출을 반겼다”고 말했다.

현지 관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한 최 사장은 자신감을 얻었다.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현지 생산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공장을 인수한 뒤, 형지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더해 납품 규모를 점차 확대해가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후 조달 시장 납품에 적합한 공장을 물색했다. 최종적으로 낙점된 곳은 LA 산타페 애비뉴에 위치한 공장으로, 현재 연방 정부 FBI 및 육군, 해군, 공군은 물론 소방서의 공급 의류를 생산중인 곳이다.

이번 현지 공장 인수가 완료되면 최 사장의 미국 정부 조달 시장 진출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다. 이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납품을 위한 필수 요건인 SAM(system for award management 미 연방조달청 계약관리시스템) 등록도 마쳤다.

최준호 사장이 실사를 위해 방문한 LA 생산 공장에서 FBI 납품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덕분에 요즘 최 사장의 업무 시간은 20시간이 됐다. 낮에는 한국 시간에 맞춰 일하고 밤에는 미국 시간에 진출에 맞춰 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피곤하지가 않다며 웃었다. 최 사장은 “시차가 있어도 졸리지가 않더라. 몸을 2개로 만들었다 생각하고 일한다”면서 “골프도 안 치고 술도 안 마신다. 사실 그런데 쓸 시간조차 아깝다”고 말했다. 까스텔바작 내부에는 ‘에어포스1’으로 명명한 GSA(미국연방조달청)TF팀이 만들어졌다. 물론 TF팀 팀장은 최 사장이다. 관련 인력도 계속 충원하고 있다.

형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진출의 또 다른 축은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의 진출이다. 오는 하반기 LA의 패션 중심지인 멜로즈 거리에 조성하는 ‘K패션 글로벌타운’ 내 까스텔바작 플래그십스토어와 함께 K패션 홍보관을 오픈한다. 현재 까스텔바작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예고하는 초대형 광고가 건물 외벽에 걸린 상태다.

최 사장은 “내년부터는 군납 조달 사업은 물론 까스텔바작 브랜드에서도 서서히 성과가 나올 것 같다. 미국 조달 시장 전체의 0.1%를 가져오는 게 목표다”라며 “회사의 미래가 달려있으니 형지의 모든 리소스를 여기에 투입할 것이다. 미래에 모든 걸 베팅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열정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편 까스텔바작은 AI 디지털 경영 혁신에 따른 경영 효율화와 체질 개선으로 지난 1분기 영업이익 5억8000만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0% 실적이 개선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하였다.

▷최준호 사장은… △1984년 출생 △단국대 행정학 학사△2011년 패션그룹형지 구매팀 입사 △2017년 형지엘리트 특수 사업본부장 △2018년 패션그룹형지 구매생산본부장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이사△2021년~ 형지엘리트 사장 △2022년~ 패션그룹형지 총괄 사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