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이탈, '자리' 걱정까지 했던 에이스…'최고 152km+4이닝 퍼펙트' 실력으로 증명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허리 부상으로 5월을 사실상 통째로 날렸던 '토종 에이스'가 화려하게 복귀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결과는 아쉬웠지만,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발탁된 이유를 제대로 증명했다.
곽빈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97구,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4승(2패)째를 손에 넣었다.
곽빈은 지난해 27경기에 등판해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다. 비록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지는 못했으나,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스트라이크존으로 넣을 수 있는 제구력을 갖추게 되면서 투구 내용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 결과 WBC 대표팀으로서 '태극마크'까지 달기도 했다.
WBC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올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곽빈은 시즌 첫 등판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7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하는 등 5번의 등판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로 지난해부터 좋은 모습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5월이 문제였다.
곽빈은 5월 7일 LG 트윈스전에서 ⅓이닝 만에 6실점(6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는데, 허리 부상이 제대로 발목을 잡았다. 2군에서 휴식과 재활을 병행하던 곽빈은 오랜 휴식을 마치고 31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가졌다. 하지만 또 한 번 허리가 말썽을 일으켰고, 2군으로 내려가게 됐다.
허리 부상으로 두 차례 말소된 이후 두 번째 복귀. 이날은 분명 달랐다. WBC 대표팀에 이어 오는 9월 열리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또 다시 발탁된 이유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완벽하지 않았으나, 4이닝을 던지는 과정은 흠 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곽빈은 1회부터 최고 150km 빠른 볼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앞세워 류지혁을 1루수 직선타, 고종욱을 유격수 땅볼,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에는 최형우-김선빈-이우성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도 묶어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KIA 타선은 곽빈을 상대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곽빈은 3회 변우혁과 신범수를 모두 우익수 뜬공, 박찬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3이닝 '퍼펙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4회에는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으나, 이때 2루수 이유찬이 날아오르며 '슈퍼 다이빙캐치'로 아웃카운트를 생산, 곽빈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에 곽빈은 고종욱과 소르크라테스를 3루수 뜬공과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매조졌다.
완벽했던 4회까지의 투구. 5회에는 투구 내용이 조금은 아쉬웠다. 곽빈은 선두타자 최형우를 1루수 땅볼로 잡아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러나 후속타자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퍼펙트' 행진에 제동이 걸렸고, 변우혁에게 5구째 146km 직구를 공략 당해 중견수 방면에 첫 피안타를 맞으며 '노히트' 마저 무산됐다.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낸 후 갑작스럽게 흔들린 곽빈은 2사 1, 2루에서 신범수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를 자초했다. 그리고 박찬호에게 던진 4구째 147km 하이패스트볼이 적시타로 이어지며 2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곽빈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6회 2사 2루의 위기도 무실점으로 넘어섰다.
이날 곽빈은 최고 152km 직구(45구)를 바탕으로 체인지업(18구)-슬라이더(17구)-커브(17구)를 섞어 던졌다. 1회부터 4회까지 무결점의 투구를 선보였던 만큼 5~6회 투구내용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 팀의 2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서며,'에이스'의 귀환을 알렸다.
곽빈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에 미안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 선발 투수가 이렇게 많이 자리를 비우면 자리를 빼앗길 뿐더러 팀도, 나도 손해다. 이번에는 정말 각오, 다짐을 하고 올라왔다"며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내 자리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말소 끝에 다행이 건강을 회복한 곽빈이다. 이제 허리 부상에 대한 염려는 조금 미뤄도 될 정도. 그는 "허리는 이제 거의 느낌이 없을 정도로 괜찮다"며 "2군에 내려갔을 때 다리가 크로스 되는 것으로 인해 허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김상진, 권명철 코치님께 부탁을 해서 교정도 했다. 너무 잘 봐주셨다"고 설명했다.
6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형우가 친 타구를 봤을 때 어땠을까. 곽빈은 "그냥 플라이 인줄 알고 들어가려다가 이상한 소리가 나서 봤더니, 넘어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자를 맞고 저렇게 타구가 튀어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2루타라고 생각을 했다"며 "올해는 다시 다치지 않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두산 베어스 곽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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