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생명체 흔적 찾아 민간이 쏘아올릴 작은 공…2년 뒤, 벌써 설렌다

이정호 기자 2023. 6. 11. 20: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우주기업 ‘로켓 랩’ 2025년 1월 탐사선 발사
미국 민간기업 로켓 랩이 2025년 쏘아올릴 예정인 금성 탐사선의 비행 상상도. 금성 구름층에서 유기물질을 찾을 계획이다. 로켓 랩 제공
농구공만 한 크기에 원뿔 모양 기체
자외선 방출 센서로 유기물질 감지
구름 속 5분 비행…자료 전송 임무
정부연구기관 앞서 성과 낼지 주목

1950년대 대중매체에 자주 등장했던 미국인 조지 아담스키는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외계인을 만났다는 주장을 펼치며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던 인물이다. 그는 태양계에는 지구 말고도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많다고 했다. 특히 아담스키는 ‘오손’이라는 이름의 금성인과 대화를 나눴으며, 그의 우주선을 타고 금성으로 여행도 갔다고 주장했다. 아담스키는 오손을 금발에 170㎝ 정도의 키를 가진, 서구인과 흡사한 외모로 묘사했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미국과 구소련이 금성에 탐사선을 잇따라 보내면서 금성의 실체가 드러났다. 금성의 표면 온도는 460도, 대기압은 95기압이었다. 납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겁고, 지구 기준으로 수심 900m에서 나타나는 압력까지 더해지는 ‘지옥’이었다. 이런 곳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난 수십년 새 지구 밖 생명체 탐색을 위한 1순위 관심 대상이 금성이 아닌 ‘화성’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랬던 상황이 최근 급변하고 있다. 2020년, 유기물질에서만 나오는 독특한 화합물인 ‘포스핀’이 금성 상공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과학계에 날아들어서다. 유기물질은 생명체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 미생물 등이 금성 하늘에서 떠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미국의 우주기업 ‘로켓 랩’이 추진했던 금성 탐사가 돌연 연기됐다. 민간에서 사상 처음 추진하던 금성 탐사였다. 탐사 시도는 2025년 1월 다시 이뤄진다.

2025년 로켓 랩의 탐사선이 실제 발사된다면 생명체 탐색을 목적으로 금성에 가는 인류 역사상 첫 탐사선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된다.

로켓 랩이 개발 중인 금성 탐사선 개념도. 뒤집어진 원뿔과 비슷한 모양이며, 유기물을 탐지할 자외선 센서가 들어 있다. 탐사선은 농구공보다 조금 크다. 로켓 랩 제공

■ 2년 뒤 ‘원뿔 소형 탐사선’ 발사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은 최근 로켓 랩이 당초 지난달이었던 자사의 금성 탐사선 발사 계획을 2025년 1월로 약 2년 연기했다고 전했다. 로켓 랩은 금성 탐사 계획을 2020년 8월 발표해 추진 중이었다.

로켓 랩은 3차원(3D) 프린터로 로켓 부품을 만들어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우주기업이다. 금성 탐사선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협력해 개발 중이다.

로켓 랩은 지난달에 금성 탐사선을 쏘지 못한 자세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로켓을 발사대에 세우는 시도 자체가 없었던 점을 볼 때 기술적인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로켓 랩이 추진 중인 금성 탐사 방식은 특이하다. 금성에서 구름이 떠다니는 고도 45~60㎞에 초소형 탐사선을 띄우는 것이다. 로켓 랩은 “탐사선 크기는 지름 40㎝”라고 설명했다.

농구공보다 약간 크다. 모양새는 원뿔과 비슷하다. 중량은 사람이 들어 옮길 수 있을 정도인 20㎏이다.

탐사선에 실린 핵심 장비는 ‘자외선 방출 센서’다. 유기물질을 감지한다. 탐사선은 구름 속을 약 5분 비행하며 이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가 끝나면 금성 표면으로 1시간에 걸쳐 낙하하며 지구로 관측 자료를 전송한다.

■ NASA 앞서 성과 얻을지도 주목

로켓 랩 탐사선이 금성의 지표면이 아니라 공중에 뜬 구름을 ‘타깃’으로 삼은 것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구 망원경을 통해 금성 구름에서 2020년 발견된 ‘포스핀’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포스핀은 ‘인’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구성된 화합물이다. 지구에서는 포스핀이 유기물질이 분해될 때 생긴다. 유기물질은 생명체의 강력한 징후다. 금성처럼 초고온과 초고압이 일상화된 곳에서 생명체 흔적이 발견된 이유를 찾는 건 과학적 가치를 지닌 일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2020년대 말과 2030년대 초에 생명체 징후 탐색을 위한 금성 탐사선을 잇따라 발사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금성을 탐사한 적이 있지만, 포스핀의 발견으로 금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 대응한 것이다.

로켓 랩이 2025년 금성에서 유기물질의 징후를 잡아낸다면 NASA 같은 정부연구기관보다 민간이 먼저 중요한 과학 성과를 거두는 선례도 만들게 된다.

로켓 랩은 공식 자료를 통해 “인류는 지금까지 30회에 걸쳐 금성을 탐사했지만, 로켓 랩은 민간으로선 처음 금성 탐사에 나서는 것”이라며 “금성 구름층에 있는 유기물질의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