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과도한 '수박' 발언 단속 나섰다... 윤리감찰단 조사 지시

"전해철은 수박 그 자체" 양문석 겨냥 해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월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수박은 은어로 겉은 더불어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이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이재명계 의원들과 당원을 겨냥한 '수박' 발언에 대해 윤리감찰단 조사를 지시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출마자가 (다른) 출마자 또는 당원을 대상으로 당의 단합을 해치는 과도한 언사와 상대의 인격을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은 부적절하다. 이러한 언행 전반에 대해 윤리감찰단에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내에선 이번 지시가 친이재명계를 자처하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강 대변인은 '양 전 위원장의 수박 발언이 조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논란이 된 사안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 위원장은 지난 5일 친문재인계인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 출마를 선언하며 "수박의 뿌리를 뽑아 버리겠다. 그 수박 자체를 깨뜨려 버리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10일 해당 발언에 대한 징계 요구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는) 당신들이 양문석 같은 열성 당원을 향해 '악성 팬덤', '정치 훌리건', '천원짜리 당원'이라고 멸칭하는 것은 괜찮고, 당신들을 수박이라고 멸칭하면 징계감이냐"라며 "열성 당원을 향해 멸칭하며 조롱하고 '개딸 손절하라'며 '개혁의 딸들'에게 모욕감을 준 당신들도 징계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도전장을 낸 현근택 변호사의 경우 지난 9일 페이스북에 당원들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서명운동 부스에서 수박을 나눠 먹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에선 친명계인 현 변호사가 윤 의원을 저격하는 글로 해석됐다. 이 게시물에 일부 당원들은 "썩은 수박은 과감히 버려라", "수박은 씨까지 꼭꼭 씹어먹어야 한다" 등의 댓글을 적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