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 평균임금 60%, 월 169만원 번다…비정규직 77%
연령 가장 높고 근속연수 가장 짧아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홀몸노인 ㄱ씨(70대)는 낙상 뒤 치료를 받지 못하고 4개월간 혼자 버텼다. 그러다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의 긴급돌봄 서비스를 받았다. 그를 찾은 요양보호사들은 당시 ㄱ씨가 욕창이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집 안 환경도 심각했다. 방 안이 쓰레기로 가득했고 “어르신이 누워 있는 자리와 몸 사이를 바퀴벌레가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ㄱ씨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사는 중증 환자들은 민간에서 기피하는 긴급돌봄 대상자다. 실제로 치매나 정신질환이 있는 고령자 등은 민간에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1~3시간씩 단시간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목욕 등 ‘2인1조’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도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공공 돌봄’의 영역이다. 이 역할을 하는 서사원은 민간기관에서 맡기 어려운 대상자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개입’ 사례를 매년 늘리고 있다. 서사원의 2020~2023년 서면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2020년 한해 123명이던 ‘적극개입’ 사례 수는 2021년 176명, 2022년 402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3월까지 집계한 것만 344명이다. 서사원은 “(이대로면) 12월까지 지난해보다 적극개입 사례 수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노인 및 장기요양 분야의 돌봄노동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의 돌봄노동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에 견줘 절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공공돌봄의 나아갈 길’ 토론회에 참석한 양난주 대구대 교수(사회복지학)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69.4만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282만원)의 60%에 불과하다. 고려대학교 신영민·김태일 연구팀의 연구(‘돌봄 일자리 특성과 임금수준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를 보면, 한국은 8개 국가(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한국,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가운데 돌봄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50.1살로 가장 높고 근속연수는 1.9년으로 가장 짧았다. 비정규직 비중은 76.6%로 가장 높았고, 돌봄노동을 제외한 다른 일자리에 견줘 시간당 임금이 55.6%에 불과해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른 7개 국가 돌봄노동자의 평균 연령은 43.5살로 한국보다 7살 적다. 근속연수도 7.9년으로 4배 이상 길다. 임금 등 처우도 훨씬 나은 상황이다. 7개 국가 평균 비정규직 비중은 30.2%로 한국의 절반이 채 안 되고, 비돌봄 직종 대비 시간당 임금 비율은 65.7%다. 연구팀은 “돌봄노동자의 역량과 교육 수준은 다른 국가에 견줘 한국이 낮지 않은데 돌봄 일자리의 임금 격차는 매우 크다”라며 “차별적 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사원은 사회서비스원을 설치한 지방자치단체 15곳 가운데 유일하게 ‘월급제 정규직’ 모델을 실현함으로써 고용의 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사원 종사자들은 이 같은 고용 기반이 숙련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명감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서사원의 요양보호사 ‘월급제’ 고용을 문제 삼으며 예산 100억원을 삭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시와 시의회가 돌봄노동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폄하하고 훼손하는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는 돌봄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양 교수는 “돌봄노동자의 처우와 제도 개선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문제”라며 “(서사원은) 자체 혁신안을 통해 민간기관에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수가 체계를 현실화하고 돌봄노동자 고용과 보상 체계 등에서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회서비스원법을 발의했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사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서울시민 2천명의 청원도 있었는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공공돌봄을 후퇴시키는 것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서사원이 앞으로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면 돌봄 난이도가 높은 수많은 돌봄 사례는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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