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수확량 뚝·도심엔 외래 해충…기후변화 충격 시작됐다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6. 11. 19: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한반도에 직격탄
생육 적정온도 20~25도 인삼
2030년엔 재배면적 급감 예고
장어는 치어 산란·부화 어려워
양식장서 생산량 34%나 줄어
농작물 피해주는 선녀벌레 등
외래 병해충도 갈수록 늘어나

◆ 폭염이 바꾸는 한국 ◆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상 환경만 바꾸는 게 아니라 우리의 밥상 지도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상품이 여름철 무더위에 보양식 재료로 즐겨 찾는 인삼과 장어, 전복이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인삼은 기온이 30도 이상이 되면 성장이 멈춘다. 인삼업계 관계자는 "폭염이 오면 인삼 지상부가 고사하는 등 피해가 크다"며 "인삼 농가들은 매해 여름 해가림 차단막을 덧씌우는 등 최대한 피해를 막으려고 애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온실가스 감축 없이 현재처럼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를 가정해 인삼 재배 적합지 변화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대엔 그 면적이 67.8%에 달했지만 2030년대엔 60.5%, 2060년대엔 19.9%로 급감한다. 이는 산간 지역을 포함한 전 국토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분석 대상을 경작지로만 한정할 경우 재배 적합지 비율은 2010년대 66.5%에서 2030년대 28.8%, 2060년대 14.5%로 감소폭이 더 크다.

원기 회복의 대명사로 알려진 뱀장어는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 등으로 치어 산란과 부화가 어려워 사라지는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산 실뱀장어(뱀장어 치어) 입식량은 14.2t이었으나 2021년산 입식량은 9.4t으로 34% 줄어들었다.

뱀장어는 인공 부화가 어려워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치어를 잡아서 양식을 하는데 입식량은 양식장으로 옮겨 와 키우기 시작한 치어량을 의미한다. 입식량이 감소하면 자연스레 뱀장어 출하도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2022년에는 11t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예년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전복 역시 고수온에 취약해 기후변화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철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 전복이 집단 폐사하게 되고 양식 전복의 먹이인 미역 작황도 크게 악화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양식 해조류 가운데서도 미역을 비롯해 김이나 다시마 등 겨울철에 자라는 해조류가 온난화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출하되는 전복의 크기도 기후변화 영향으로 작아지고 있다는 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설명이다. ㎏당 8마리 이하 전복이나 ㎏당 9~11마리 전복의 경우 2021년 각각 1216t, 3231t이 생산됐지만 2022년에는 544t과 2418t으로 급감했다.

밥상 먹거리에 주가 되는 농산물도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로 충격이 컸던 지난해에는 농작물 피해가 전국에서 4219.2ha에 달했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했으며 3366군의 꿀벌이 죽었다. 특히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발생했을 당시 집중 호우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문제는 올여름 엘니뇨가 3년 만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평년보다 더 덥고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 엘니뇨가 발달한 해에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고, 규모가 큰 태풍 발생 가능성도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 교수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강수가 많은 날이나 열대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폭염 일수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평양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지난달부터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엘니뇨는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 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넘게 이어지는 현상이다.

최근 2~3년 사이 개체 수가 급증한 외래 병해충도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선녀벌레는 줄기와 잎에 달라붙어 즙을 빨아 먹고 끈적한 물질을 배출하며, 매미나방도 애벌레가 잎을 갉아먹는다. 산림청 조사에서 매미나방의 전국 발생 면적은 2021년 5891만㎡로 축구장 8250개 규모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곤충 이상 출현 현상이 기후변화와 기온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변온동물인 곤충은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도 같이 올라 부화 등 생장 속도에 영향을 받는데, 이른 더위로 유충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성충의 활동도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박나은 기자 / 김정석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